이철성 경찰청장. (사진=자료사진)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쏜 경찰관들이 유족들의 청구 취지를 인정하는 인낙서를 제출하는 것을 막았다는 지적에 대해 경찰청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등 후속조치 계획과 재발방지대책을 밝혔다.
외부인사로 구성된 경찰개혁위는 11일 전체회의에서 후속대책이 미흡했다는 이철성 경찰청장의 사과와 재발방지 등을 위한 계획을 인정하고, 개혁위 활동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개혁위 전체회의에서 이 청장은 "경찰청이 살수차요원들과 유족들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하고 청구인낙을 제지한 것처럼 오인할만한 여지를 만들었다"고 인정했다.
앞서 물대포를 쏜 살수차요원들이 유족들의 손해배상 청구 취지를 인정하는 인낙서를 법원에 제출하려고 하자, 경찰청 법무과에서 개인적 사과가 아닌 법적 행위는 관련자들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며 시기를 저울질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청장은 또 지난 6월 경찰 수장 차원의 사과 이후, 이를 뒷받침할만한 적절한 조치가 미흡했다며 사과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경찰 개혁의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개혁위가 이번 논란으로 좌초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민사소송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국가 청구인낙을 추진하고 이 청장이 직접 유족을 만나 요구사항을 수렴하고 피해회복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경찰청은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처럼 공권력으로 인한 인명피해 사건이 발생할 경우 대응 매뉴얼도 마련했다. ▲공개 사과 및 외부위원 등으로 구성된 객관적 조사위원회 구성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배상·지원 ▲행위자 직무배제 ▲지휘관 징계·수사등이 그 내용이다.
예방적 조치로는 적정 물리력 행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일상 훈련에 이를 접목하는 등 체질을 바꿀 방침이라고 경찰청은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경찰 법집행 강령도 제정한다.
공권력 남용을 막기 위한 현장의 통제장치도 강화한다.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현장감시단 운영 ▲무전망과 CCTV 등 진상조사 증거로 활용될 자료의 폐기금지·보전규정 마련 ▲앞서 발표된 집회시위 권고안의 법령화 등이다.
개혁위는 논란이 발생하기 전 이런 조치들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면서도 경찰청장의 사과와 후속조치 방안을 수용하고 경찰개혁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