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여왕'의 화려한 새 시즌 출발이었다. 안세영(삼성생명)이 올해 첫 대회를 우승으로 장식하며 또 다시 한국 배드민턴 역사를 새로 썼다.
안세영은 1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슈퍼 1000 말레이시아 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왕즈이(중국)을 눌렀다.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이 2위 왕즈이를 45분 만에 세트 스코어 2 대 0(21-17 21-7)으로 완파했다.
2년 연속 우승이다. 안세영은 지난해 대회 결승에서 세계 4위 타이쯔잉(대만)을 꺾고 정상에 오른 바 있다.
특히 이 대회 2연패는 한국 선수 최초다. BWF는 홈페이지를 통해 "말레이시아 오픈에서 2년 연속 여자 단식 우승은 88년 대회 역사에서 안세영이 한국 선수로는 최초"라고 밝혔다.
이에 안세영은 "이제 막 한국 여자 단식 최초의 2년 연속 우승 사실을 알게 됐는데 정말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새해를 우승으로 시작해 승리로 시작하니 더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안세영은 한국 배드민턴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2023년 세계선수권대회(개인)에서 한국 선수 최초의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그해 전영 오픈에서는 방수현 이후 27년 만에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냈고,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역시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 이후 한국 선수로는 29년 만에 2관왕을 달성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는 역시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단식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더니 올해 첫 국제 대회에서는 방수현도 이루지 못한 88년 말레이시아 오픈 역사 최초로 여자 단식 2연패를 일군 한국 선수가 됐다.
이날 안세영은 지난해 왕중왕전인 BWF 월드 투어 파이널 4강전 등 왕즈이에 당한 최근 2경기 연속 패배도 화끈하게 설욕했다. 당시 왕즈이에 아쉽게 결승행 티켓을 내준 안세영은 이날 한 수 위의 기량을 확인했다.
안세영은 결승에서 1세트 중반까지 8 대 11로 뒤졌다. 그러나 이후 놀라운 수비와 절묘한 코너 워크로 무려 9점을 연속으로 따내며 분위기를 바꿔 21 대 17로 이겼다. 기세가 오른 안세영은 능수능란한 경기 운영으로 왕즈이를 지치게 만들며 14점 차로 2세트마저 따내 우승을 확정했다.
남자 복식 서승재-김원호(이상 삼성생명)도 시즌 첫 출발을 금빛으로 장식했다. 둘은 2019년 3월 독일 오픈 이후 호흡을 맞춰 천보양-류이(중국)와 결승에서 2 대 1(19-21 21-12 21-12)로 이겼다.
우승 뒤 서승재는 BWF를 통해 "첫 대회 우승을 간절히 바랐는데 1세트는 실수가 나오면서 부담이 컸다"면서 "그러나 2, 3세트에 효과적으로 경기를 펼쳤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파리올림픽 혼합 복식 은메달리스트 김원호는 "나는 빠른 드라이브 등 남자 복식을 더 좋아하고, 지금은 거기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고 전했다.
대표팀은 현재 코칭스태프의 재계약 문제로 소속팀 코치 등이 벤치를 맡아 경기를 치르고 있다. 안세영도 정훈민 삼성생명 감독, 인도네시아 출신 로니 아구스티누스 단식 전담 코치와 결승에 나섰다. 첫 대회를 산뜻하게 끊은 대표팀은 14일부터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인도 오픈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