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없는 자를 지키는 사람들의 자괴감
▶윤지나> 윤석열씨 체포 당일 얘기를 정리해보죠. 1차에서 2차 저지선을 거의 10여 분만에 통과하는 기염을 토해요. 3차 저지선도 금방 뚫고 체포 영장이 집행되는 시점까지 공수처와 윤씨 측 협상이 2시간이 걸립니다. 눈에 띄는 건 역시 내부에서 무너진 듯한 경호처겠죠.
▶김민하> 그렇죠. 그 며칠 동안 경호처에서 그 박종준 처장이 경찰 출석한 다음에 사직서 낸 이후부터 경호처 내에서 언론에 계속 이제 소스를 줘서 보도가 나오는 게 계속됐지 않습니까? 뭐 그리고 이제 경호처 직원의 가족이 편지도 쓰고.
▶윤지나> 경호처 직원들한테 윤석열 대통령이 안마를 시켰다면서요. 직원들이 싫어하니까 경호처 훈련시키는 사범들한테 안마를 시켰다잖아요.
▶김민하> 싫겠죠. 또 물렁물렁하고. 그걸 계속 이제 강요하다가 나중에는 무슨 얘기까지 나왔냐, "여봐라 이게 대통령의 신체를 만지는 함부로 만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얼마나 큰 영광인 줄 아느냐, 이렇게 해서 경호처 상부에서는 설득을 했다는 거 아니에요. 제가 감명받은 건 마이바흐가 정말 감동이 있더라고요. 마이바흐를 딱 끌고 와가지고 트렁크 열면은 풍선이 쫙 올라가고. 그 다음에 거기에 이제 현수막 하나가 달렸는데 거기에 이제 뭐 예를 들면 생일 축하합니다, 랄지.
▶박영식> 여사님 사랑합니다, 랄지.
▶김민하>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이런 클리셰. 그러니까 이거는 제가 볼 때는 여사님 맞춤형 이렇게 준비한 것이고 그 다음에 또 경호처에서 지금 했다고 의심받는 게 배에서의 선상파티. 노래방 기계 폭죽 빵빵 터뜨리면서. 그런데 노래방 기계와 폭죽이 있었다면 그걸로 끝나지 않았겠죠. 당연히 이제 한잔하고. 그러니까 거의 이것도 영화에 나오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게 경호처가 할 일이 아닌데, 그런 걸 열심히 준비하고, 또 신임을 받아서 막 승승장구하고. 그러면서 경호처라는 조직이 완전히 망가지고 한 사람을 위한 어떤 조직으로 변질되고. 그렇게 오늘의 이 사태에 이르게 된 거잖아요.
▶이정주> 제가 취재하면서 들었던 말은, 갑질이나 있었던 일들에 대해 충격도 충격이지만 이게 기사화가 됐다는 겁니다. 정도의 차이는 당연히 있겠지만, 매우 비밀스럽고 안 보이는 데서 움직이는 경호처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고 보도가 됐다는 게 충격이라는 말이었어요.
▶윤지나> 지금 경호처 직원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거죠. 이런 상황이니까 체포영장 집행 당시에 상부의 지시를 받아들이는 데 저항이 될 수 있고. 내부 분위기가 어떤 지경에 이르렀는지 이미 보여준 것이다.
▶박영식> 경호처에 있는 분들은 굉장한 자괴감이 들었을 거예요. 어떤 문제가 터지면 언론 보도만 보더라도 맨 매뉴얼 타령이잖아요. 그런데 내가 하는 일이 딱 봐도 이상한데 매뉴얼조차 없는 업무들, 안마에, 개 선물 사 와라, 등등 막 시키고 하니까 자괴감이 들어서 붕괴될 수밖에 없는 요건이 쌓였다는 거죠. 그러니까 1시간도 안 걸리게끔 1차 저지선에서 3차까지 와르르 무너진 거다. 이게 핵심입니다.
▶김민하> 현직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황에 대한 매뉴얼은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됐으면 집행하는 게 우선인 거고. 그게 헌법 내용인데. 헌법대로 하는 게 매뉴얼이라면 매뉴얼인데. 윗선에서 매뉴얼대로 하는 걸 막으라는 거잖아요. 불법적인 걸 하라는 거거든요. 불법적인 거를 강요받고 있는 그 상황 자체가 이제 부조리이기 때문에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겠습니까? 현직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본인이 잡혀가지 않기 위해서 그런 상황으로 직원들을 내몰았다는 거죠.
▶이정주> 누구보다 제일 많이 뒤에 숨은 사람입니다. 경호처 사람들도 하는 말이 이거는 정말 너무한다. 왜냐하면 자기들을 방패막이로 앞세우니까. 리더의 자격이 없다는 거예요.
특검으로 가면 다 털린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윤지나>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 직전 자진 출석을 주장하고, 짧은 시간에 대국민담화를 촬영하고, 페이스북에 자필 편지도 올렸던데요. 나름 세계관이 있는 확신범일까요?
▶김민하> 부정선거는 제가 볼 때 나름의 자기만의 전략이 있는 거예요. 부정 선거를 믿는 극우 유튜브와 그 극우 지지층이 있으니까 그분들을 계속 불러내는 소재가 부정선거인 거죠. 검사의 본능이 모든 걸 의심하고 모든 걸 죄라고 생각하잖아요. 부정선거를 밝히기 위해서 계엄을 선포했다거나 어떻게 하기 위한 진심을 지금 갖고 있다거나,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범죄의 핵심 동기는 야당이 다수 의석이어서 하고 싶은 게 안 되는 것도 있지만 김건희 특검이니 뭐니를 자꾸 하자고 하여서 거기다가 여당에서 한동훈이라는 녀석이 배은망덕하게도 자꾸 김건희 특검 할까요? 말까요? 자꾸 이런다고 생각하니까, 이게 야, 이거를 더 내가 버텨야 되냐 이게 나라냐…이런 흐름이죠. 한 발만 더 가면은 이제는 이 특검이 넘어가고 특검은 내가 해봐서 알지만 이게 안 되는 것이다.
▶윤지나>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는.
▶김민하> 다 끄집어내서 명태균 미륵불 나오면 이게 어떻게 됩니까? 이게 나라냐,가 이제 되는 거예요. 이 윤석열이라는 분의 핵심 동기는 거기에 있는 거지 사실은 부정 선거 이거는 뭐 횟집 가면은 스키다시 같은 거죠.
▶박영식> 무엇보다 아직 끝판왕은 여전히 강아지 산책을 하고 있을 몰라요. 체포되신 분이 끝판왕이어 가지고 다 해결된 것처럼 생각하시면 절대 안 됩니다. 그리고 체포 국면과 내란 사태 이후에 주목을 못 받긴 합니다만 내란특위도 국회에서 지금 열리고 있잖아요. 새로운 내용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어 그거에 좀 집중을 하다 보면 나중에 밝혀질 내용들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과연 부정선거 때문에 이렇게까지 했을까, 드러나서는 안될 어떤 진실들이 무엇이었을까 들여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리=이유진, 전병권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