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태국 파타야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살해하고 시신을 은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피고인 3명에게 법원이 무기징역과 징역 30년, 징역 25년 등 각각 중형을 선고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8개월 만에 1심이 끝났다. 해외에서 한국인들이 한국인을 상대로 벌인 잔혹한 살인 사건으로 주목을 모았던 만큼 사건 발생부터 수사 과정, 재판 과정까지 정리했다.
24년 5월 11일 태국 파타야 저수지 한국인 시체 발견
18일 창원지법과 창원지검, 경남경찰청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사건은 지난해 5월 11일 태국 파타야 저수지에서 30대 한국인 피해자 시체가 담긴 고무통이 현지 경찰에 의해 발견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고무통 안에는 훼손된 시체와 시멘트로 채워져 있었다. 이는 피해자 유족이 지난해 5월 7일 몸값을 요구하는 일당의 협박 전화를 받고 피해자 부친이 경찰에 신고를 하며 태국 현지 경찰과 공조 수사가 이뤄졌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당시 피해자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일당은 마치 피해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아드님이 마약을 버렸다, 살리고 싶으면 1억 만들어 와"라며 피해자의 몸값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박 전화 며칠 전 이미 피해자는 살해 당했고 시체는 훼손된 채 현지 저수지에 은닉됐던 범행 사실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일당은 한국인 3명…도박 범죄로 만났다가 강도짓 모의이 범행 일당은 A(40)씨와 B(28)씨, C(26)씨 등 한국인 3명이었다. 이들은 온라인 도박 범죄 등을 위해 돈벌이 목적으로 태국에서 만났지만 수익이 여의치 않자 관광객을 상대로 약을 타 먹여 금품을 빼앗기로 공모했다.
피해자는 그렇게 범행 타깃이 됐다. 지난해 4월 30일 태국에 관광차 방콕 D클럽에 가기 위해 함께 갈 사람을 찾는 피해자의 SNS 글을 보고 B씨는 접근해 실제 당일 그곳에서 피해자를 만났고 5월 2일 다시 보기로 약속을 잡았다. 그 직후 일당은 범행을 준비했다. 일당은 범행 장소로 방콕 E숙소를 예약하고 방문해 CCTV를 가려 보거나 약물을 준비하는 등 구체적이고 치밀한 범행 계획을 세웠다.
5월 2일~3일, 납치 후 차에서 살인…시체 위 뜀박질 엽기적 행동 그렇게 5월 2일 범행 실행날이 됐다. B씨는 오후 피해자와 며칠 전 약속대로 D클럽에서 다시 만났다. B씨는 다음날인 3일 새벽까지 피해자에게 약물을 투여한 술을 먹이고 함께 밖으로 나왔다. B씨는 A씨와 C씨가 대기 중이던 차량에 피해자를 탑승 시키며 납치에 이르렀다.
하지만 뒷좌석에 있던 피해자가 잠들지 않고 차량 내에서 "이곳으로 가는 게 맞냐"며 격렬히 반항을 하자 B씨가 목을 조르고 운전석에 있던 A씨와 조수석에 있던 C씨가 차를 멈추고 뒷자리로 가서 가세해 온몸을 구타했다.
피해자는 그 자리에서 혈액순환계 및 호흡부전 원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D클럽에서 E숙소까지는 24km라 차로 20~30분 걸려야 하는데 일당의 차량은 55분이 걸려 도착했다. 이중 B씨는 피해자 시체 위에 올라가 욕설을 하며 뜀박질을 하는 엽기적인 행동을 하기도 했다.
시신훼손에 시신은닉까지…돈 욕심에 스스로 덜미 잡혀이들 중 A씨와 B씨는 DNA가 발각되지 않기 위해 피해자 시신을 둔기로 10손가락 전부 훼손하고 고무통에 시신을 시멘트와 함께 채워 다음날인 4일 파타야에 있는 저수지에 버렸다. B씨는 당시 완전 범죄를 위해 고무통에 밧줄을 묶고 직접 물속에 들어갔다. C씨는 직접 저수지에 같이 간 것은 아니지만 시신은닉할 장소를 물색하고 차에 싣는 등의 행위로 시체은닉 범행도 가담했다.
A씨와 B씨는 피해자가 사망한 날부터 일주일간 파타야에 숙소를 빌리면서 피해자 처리를 두고 시체 손괴 등으로 완전 범죄를 꿈꿨지만 돈 욕심에 스스로 덜미가 잡혔다. A씨와 B씨는 같은달 7일 이미 사망한 피해자의 돈 370만 원을 대포계좌를 통해 가로챈 직후 유족에게 협박 전화를 걸었기 때문이다. A씨와 B씨는 피해자 부친에게 "1억 원을 보내지 않으면 손가락을 자르고 장기를 팔아 버리겠다"고 협박했다. 부친은 믿을 수 없어 돈을 보내지 않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수사 착수, 일당 차례대로 검거 4개월만 신병 전부 확보경찰은 유족 신고 후 태국 현지 경찰과 공조 수사가 가동됐다. 피해자 거주지가 경남지역임을 이유 등으로 경남경찰청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남청은 C씨가 국내로 입국한 사실을 확인하고 시체 발견 다음날인 5월 12일 전북 정읍에서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증거를 보강해 형량이 더 강한 강도살인 및 시체은닉 혐의로 구속 송치했고 창원지검이 기소했다.
B씨는 도주 중에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같은달 14일 경찰에 붙잡혔다. 캄보디아에서 절차를 밟아 지난해 7월 10일 국내로 송환된 뒤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됐고 재판에 넘겨졌다. 마지막으로 해외 도피 생활을 이어가던 A씨도 지난해 9월 4개월 만에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그리고 같은해 10월 구속기소됐다.
창원지검은 이 사건을 해외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범행 대상을 물색한 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이는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특정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또 대상을 물색한 B씨가 직접 피해자를 만나 친밀감을 형성하고 유인하는 역할, C씨가 유인한 피해자를 묶는 등 제압하는 역할, A씨가 미리 준비한 범행 장소까지 차량을 운전하는 역할을 분담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일당 전부 "나 안 했다" 범행 부인 또는 서로에게 책임 전가이들 3명은 재판(창원지법 형사4부 재판장 김인택)을 받으면서도 범행을 부인하거나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A씨는 "돈 빼앗기로 모의하기는 했지만 사망 과정에서 폭행 사실 없고 시체 손괴도 B씨가 혼자 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E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피해자가 살아 있다가 내가 자는 사이에 A씨와 C씨에 의해 살해 당했다"며 "시체 손괴도 A씨 단독으로 했다"고 주장했다. C씨는 "차량에 같이 동승했지만 나는 폭행 사실 전혀 없고 시체 은닉 공모한 적도 없다"며 전면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 피고인 3명의 주장을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 주장에 대해 차를 운전하다 B씨와 C씨가 피해자를 제압 못하자 정차한 후 함께 폭행을 가한 점은 증언 등을 통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시체 손괴 부분도 B씨와 함께 범행을 논의하는 등의 행위로 인해 유죄가 인정된다고 봤다.
B씨 주장에 대해서는 E숙소에서 사망한 게 아니라 차에서 사망한 점은 부검 결과에서 나오며 시체 손괴 부분은 B씨가 차 내부에서 피해자에게 가장 세게 폭행을 저질렀기에 DNA가 묻을 것을 우려해 직접 행동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재판부가 판단했다. 재판부는 C씨에 대해서는 A씨가 운전하는 동안 격렬히 저항하는 피해자를 제압하기 위해 B씨와 함께 폭행을 행사하다 살해를 저지른 점, 시신 은닉 범행도 시체를 차에 싣고 처리 방법을 공범들과 장기간 논의한 점 등에서 유죄라 판단했다.
재판부 "피고인 엽기적"…유족 "항소하고 신상 공개 해야"재판부는 그러면서 강도살인 및 시체은닉, 시체손괴, 컴퓨터등사용사기, 공갈미수죄로 A씨에게 징역 30년, B씨에게는 무기징역을, C씨에게는 강도살인과 시체은닉죄로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서는 이 사건 범행 전반에 적극 가담한 점, 범행을 대체로 자백하는 등 다른 공범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사와 재판에 협조한 점 등으로 징역 30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B씨에 대해서는 "엽기적인 행동 및 반사회적 패륜적인 성향에다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책임을 다른 공범에게 전가하는 등 자신의 책임 회피에만 급급할 뿐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가 보이지 않는 점, 재범 위험이 매우 커서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한다"고 무기징역 선고 이유를 밝혔다.
C씨에 대해 재판부는 "범행 직후 가장 먼저 귀국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다소나마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이는 점, 수사과정에서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해 범행을 부인하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한다"며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유족은 재판 결과를 보고 항소 의지를 피력했다. 유족은 "형량을 보니 항소는 당연히 해야한다. 이들이 교도소에서 생활하다가 언젠가 가석방이 된다고 생각하면 매우 고통스럽다"며 "제발 신상공개를 해서 이들이 세상 밖에 나오더라도 우리 가족이 느꼈던 고통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