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 가지 사실이 명확해졌다. 2025년 프로농구 최고의 팀은 안양 정관장이다.
한때 10연패 늪에 빠져 정규리그 최하위인 10위까지 떨어졌던 정관장이 외국인 선수진이 새로 정비된 지난 1월부터 본격적으로 치고 올라오더니 결국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정관장은 8일 오후 강원도 원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원주 DB와 6강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이 걸린 'KBL판 플레이-인 토너먼트' 경기에서 78-67로 승리했다.
정규리그 마지막 날 경기에서 승리해 최종 전적 25승 29패를 기록한 정관장은 23승 31패에 그친 DB를 2경기 차로 제치고 6강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의 마지막 주인이 됐다.
DB는 이날 경기 전까지 정관장에 1경기 차로 뒤져 있었지만 맞대결 공방률에서 이미 크게 앞선 상태라 정관장을 잡고 동률을 만들면 6위를 차지할 수 있었지만 맞대결 패배로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이기면 6강 플레이오프가 보장되지만 패하는 순간 시즌이 끝나는 외나무 다리 승부, 토너먼트 성격의 경기답게 초반부터 팽팽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내일이 없는 싸움처럼 치열한 것도 없다.
김주성 DB 감독과 김상식 정관장 감독은 경기 전 "긴장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선수들은 긴장감을 집중력으로 풀어냈다. 초반부터 포스트시즌을 보는 듯한 강한 압박 수비와 리바운드 다툼이 펼쳐졌다.
전반까지는 홈팀 DB가 33-30으로 근소하게 앞서갔다. 3쿼터 들어 본격적으로 이선 알바노의 활약이 펼쳐졌다. 알바노는 후반 초반 외곽포를 연이어 성공하며 원주 팬들을 뜨겁게 했다. 강상재의 3점슛까지 터지면서 DB가 45-36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이때 김상식 감독이 움직였다. 곧바로 작전 타임을 불러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정관장은 달라졌다. 이후 연속 8득점을 몰아넣어 순식간에 경기를 다시 접전 양상으로 되돌렸다. 하비 고메즈와 조니 오브라이언트가 연속 3점슛을 터뜨려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후 박빙의 승부가 계속 됐고 3쿼터 막판 버저비터에 가까운 알바노의 3점슛에 힘입어 DB가 56-52로 앞선 채 4쿼터를 돌입했다.
4쿼터는 한때 원주 프랜차이즈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었던 버튼의 시간이었다. 지금은 정관장 유니폼을 입고 있는 바로 그 버튼이다.
3쿼터까지 거의 보이지 않았던 버튼의 날카로운 돌파가 위력을 떨쳤고 버튼의 킥아웃 패스를 받은 고메즈의 3점슛이 터지면서 정관장은 4쿼터 중반 스코어를 62-60으로 뒤집었다. 이어 버튼은 오누아쿠 앞에서 3점슛을 터뜨렸다. 그야말로 불이 붙었다.
이후 한승희의 3점슛, 고메즈의 골밑 돌파 등이 연이어 성공하며 종료 2분 여를 남기고 스코어가 71-64로 벌어졌다. DB의 야투는 갑자기 식었고 정관장은 버튼을 중심으로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전의를 상실한 DB는 더 이상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작년 정규리그 챔피언의 시즌은 홈 팬 앞에서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그리고 정관장은 꼴찌의 반란, 기적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