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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CIA 요원의 성장을 바라보는 즐거움[최영주의 영화관]

때로 영화의 러닝타임은 영화관을 나선 후에도 이어집니다. 때로 영화는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비로소 시작합니다. '영화관'은 영화 속 여러 의미와 메시지를 톺아보고, 영화관을 나선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 스포일러 주의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CIA 요원이 복수에 나선다. 그러나 일당백 완성형의 제이슨 본 같은 특수요원이 아니라 사무직 암호 해독가다. '아마추어'는 이처럼 현장에서는 아마추어지만, 두뇌와 기술만큼은 프로인 요원 사이 간극에서 오는 재미 그리고 라미 말렉이라는 배우로 완성된 스파이 스릴러다.
 
CIA 암호 해독가 찰리 헬러(라미 말렉)는 어느 날 사랑하는 아내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러나 자신이 소속된 CIA는 침묵하고, 진실은 묻힐 위기에 놓인다. 이에 찰리는 현장 경험은 전무하지만, 현장으로 향해 아내의 복수를 위한 설계를 시작한다.
 
전설적인 그룹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로 변신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라미 말렉이 이번엔 CIA 암호 해독가로 돌아왔다. 살해된 아내의 복수를 위해 거대한 테러 집단에 맞서는 스파이 스릴러 영화 '아마추어'(감독 제임스 하위스)의 주인공 찰리는 한마디로 정리하면 '상실의 아픔을 복수로 터트리는 사랑꾼'이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주인공이 복수하고자 하지만, 조직 내 부패한 관료가 이를 막아서는 플롯은 익숙할 수 있다. 그러나 CIA가 등장하는 영화에서 보통 육체파의 일당백 특수요원들이 현장을 누비며 다양한 액션 시퀀스를 선보이는 것과 달리 '아마추어'의 주인공 찰리는 제목 그대로 '아마추어'다.
 
그러나 찰리는 현장에서는 아마추어지만, 실내에서는 무적이다. 정확히는 그에게 컴퓨터만 주어진다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프로'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러한 설정이 요원을 주인공으로 하는 다른 영화와의 차별점이다.

그렇기에 영화도 찰리 헬러에게 주인공 버프를 걸어 갑자기 뛰어난 피지컬과 암살 등 물리적인 수치의 기적 같은 증폭을 부여하진 않는다.
 

애초에 찰리는 두뇌파고, 가장 잘하는 것도 두뇌를 이용한 방식이다. '아마추어'는 바로 이러한 캐릭터가 가진 설정을 살려 이야기를 진행해 간다. 그러다 보니 액션 스릴러라기보다는 심리 스릴러 내지 스파이 스릴러에 가깝다.

몸을 쓰는 액션은 다른 캐릭터의 몫이고, 이마저도 적은 편이다. 그러나 주인공이 자신만의 무기인 두뇌를 이용해 어떻게 육체파 악당들을 물리치는지 보는 것이 '아마추어'가 가진 관전 포인트이자 재미를 만들어내는 지점이다.
 
또 암호 해독과 해킹, 보안 시스템 교란, 사제폭탄 제작 등 두뇌를 쓰는 데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찰리가 아내의 원수를 앞에 두고도 그가 죽어가는 모습에 문을 여는가 하면 총을 들고도 쏘지 못하는 장면, 자신이 일으킨 폭발에 화들짝 놀라는 모습 등의 괴리가 '아마추어'에서 재미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반대로 말하면, 앞서 언급했듯이 'CIA 요원의 복수극'이지만 아이큐 170이 넘는 머리로 한 명씩 자신의 설계에 끌어들이고 성공시키는 모습을 보는 재미는 명확하다.

무엇보다 '아마추어'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성장형 캐릭터'에 있다. 이미 완성형 캐릭터, 최종 단계에 오른 이른바 '만렙'의 여타 요원들과 달리 찰리는 현장을 몸으로 겪으며 성장하는 캐릭터다.

그의 성장 과정은 게임과 같다. 찰리가 상대하는 빌런들은 레벨 순으로 등장한다. 가장 낮은 레벨부터 시작해 최종 빌런에 이르기까지 찰리는 현장에 적응하며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아마추어 '하급'이 '중급'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응원하게 된다.
 
여기에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의 대작답게 런던, 파리, 마르세유, 이스탄불 등 세계를 누비며 벌어지는 추적극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 찰리가 유튜브를 통해 문 따는 법을 배운다거나 현장으로 나오기 전 급하게 익힌 사제폭탄 제조법으로 스케일 크게 터트리는 장면 역시 '아마추어'의 볼거리 중 하나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마추어'가 아마추어와 프로 간의 괴리에서 오는 즐거움과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도록 하는 건 다름 아닌 라미 말렉이다.
 
지난 2019년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하며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과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휩쓴 라미 말렉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여전히 섬세한 연기를 선보인다.
 
단순하고 단조로운 듯 보이는 줄거리와 조연들의 활약보다는 주인공과 그의 심리가 중심이 된 '아마추어'에서 라미 말렉의 역할은 단순히 두뇌 싸움을 끌어가는 것만이 아니다. 단순하기에 오히려 감정선을 세밀하게 드러낼 수 있는 연기력이 요구되고, 라미 말렉은 이를 충족시킨다. 서사와 감정 사이를 오가며 긴장감을 끌어내는 라미 말렉의 호연 덕분에 '아마추어' 속 찰리는 그 역할을 오롯이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조연들의 열연과 존재감 역시 '아마추어'를 뒷받침한다. 다소 기능적인 캐릭터인 데다 등장이 많지 않은 헨더슨과 아내 사라도 로렌스 피시번과 레이첼 브로스나한이 살려냈다.
 
122분 상영, 4월 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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