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메이션이 북미 극장가에서 뜻밖의 성과를 거뒀다. 한국 VFX 전문 스튜디오 모팩(MOFAC)이 제작한 3D 애니메이션 '예수의 생애'(영문 제목: The King of Kings)가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개봉 첫날 701만 달러(약 100억 원)의 티켓 매출을 올리며 2위에 올랐다.
12일(현지시간) 영화흥행 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Box Office Mojo)에 따르면, '예수의 생애'는 북미 3200여 개 극장에서 개봉한 지 하루 만에 드림웍스·소니 등 대형 스튜디오 작품들을 제치고 주말 박스오피스 2위에 진입했다. 할리우드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는 개봉 첫 주말 수익이 1800만 달러(약 257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영화는 부활절 연휴 시즌에 맞춰 개봉된 전략적 작품으로, 종교적 소재와 가족 중심의 메시지가 어우러지며 미국 내 가족 단위 관객층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미국 배급사 에인절 스튜디오는 '키즈 고 프리(Kids Go Free)' 캠페인을 통해 어른 1명 티켓 구매 시 어린이 1인 무료 입장이라는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며 흥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수의 생애'는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가 자녀들을 위해 쓴 신앙서적 '우리 주님의 생애(The Life of Our Lord)'를 각색한 작품으로, 디킨스가 아들에게 예수의 일생을 들려주는 액자식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서양 기독교 문화에 익숙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되 한국의 기술력과 연출력을 더한 점이 주목된다.
감독과 각본, 제작을 맡은 장성호 모팩 대표는 '해운대', '명량', '스파르타쿠스', '별에서 온 그대' 등 다수의 국내외 작품에서 시각효과를 담당해온 CG 업계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이번 애니메이션에는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목소리 출연진으로 참여했다. 오스카 아이작이 예수 역을, 피어스 브로스넌이 본디오 빌라도, 마크 해밀이 헤롯 왕 목소리를 맡아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시장조사업체 시네마스코어(CinemaScore)의 관객 설문 조사에서 '예수의 생애'는 최고 등급인 A+를 획득했으며, 이는 입소문에 따른 흥행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영화 비평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에서도 관객 평점 95%를 기록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가 단순한 개봉 흥행을 넘어 한국 애니메이션이 종교·가족 장르를 결합해 북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사례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비(非)할리우드 제작사의 종교 애니메이션이 메이저 배급망 없이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오르는 것은 드문 사례로, 향후 한국 콘텐츠 수출 모델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평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