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여제' 김연경(37·흥국생명)이 프로배구 여자부 정규 리그 만장일치 최우수 선수(MVP)에 등극하며 화려하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김연경은 14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스위스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시상식에서 MVP를 수상했다. 배구 기자단 투표 31표를 모두 얻었다.
역대 V리그 만장일치 정규 리그 MVPS는 이번이 3번째다. 2018-2019시즌 이재영(당시 흥국생명), 2022-2023시즌 김연경이 이뤄냈다. 3번 중 2번이 김연경이었다. 13표를 얻은 남자부 MVP 허수봉이 현대캐피탈 동료 레오를 1표 차이로 제친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또 역대 7번째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김연경은 여자부 최다 수상 기록을 7회로 늘렸다. 2005-2006~2007-2008시즌에 이어 2번째 3연속 수상도 기록했다.
그럴 만했다. 김연경은 지난 시즌 정규 리그에서 퀵오픈 성공률 1위(54.47%), 공격 성공률 2위(46.03%), 후위 공격 성공률 3위(43.97%), 오픈 공격 성공률 5위(36.43%), 최다 득점 7위(585점), 서브 8위(세트당 0.23개)를 기록했다. 리시브 효율 전체 2위(41.22%)까지 수비에서도 존재감을 뽐냈다.
여기에 김연경은 정규 리그와 챔피언 결정전까지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데뷔 시즌과 은퇴 시즌 모두 정규 리그와 챔프전 MVP를 석권하는 업적을 이뤘다. 이번 시즌 중 김연경은 시즌 뒤 은퇴를 공언한 바 있다.
김연경은 한국배구연맹 조원태 총재로부터 MVP 트로피를 받았고, 동료 등 관계자들로부터 꽃다발도 한아름 받았다. 연맹이 마련한 은퇴 헌정 영상도 지켜봤다.
수상 뒤 김연경은 "생각도 못했는데 영상까지 만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면서도 "흑역사 사진도 너무 많아 감동적이다가도 웃음이 나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큰 상 영광이고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면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구단 관계자 분들, 항상 도와주신 코치진, 선수단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김연경은 "후배들이 귀에 피가 날 정도로 잔소리가 많았는데 잘 따라줘서 너무 고마웠다"면서 "어릴 때 같이 해주신 은사님들, 힘들 때 옆에 있어준 가족, 이금옥 외 5명은 물론 소속사 라이언앳, 마지막으로 팬 여러분들, 응원해주셔서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앞으로 떠나겠지만 더욱 훌륭한 선수가 나오면 좋을 것 같다"면서 "한국 배구 위해 뒤에서 열심히 뒷받침해주겠다"고 다짐했다.
5차전 혈투까지 간 챔프전에 대해 김연경은 "항상 열심히 했고, 많은 것들을 이뤄냈지만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고 싶었다"면서 "2차전까지 이기다 3, 4차전 넘어가면서 '야 이게 마지막이 좀 지면 이상하게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하늘이 그래도 열심히 한 것을 조금이라도 아는 듯이 보상해준 게 아닌가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정관장도 너무 좋은 경기 해줘서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았다"면서 "마지막에 웃기는 했지만 많은 팬들에게 좋은 경기력 보여준 것 같아 뿌듯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자가 '우는 선수들도 있는데 마지막 한 마디를 해달라'고 하자 김연경은 "아무도 안 울고 계신 것 같고 지루하니까 하품도 한다"면서 "배고프다고 빨리 끝내라 하는 것 같은데 빨리 내려가겠다"고 마지막까지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이어 "진심으로 감사하고 선수가 아니지만 배구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