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인자를 보유한 대한민국 바둑이 중국 주최 메이저 세계기전의 4강에 한 명도 진출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반상(盤上)의 제왕'으로 불리는 세계·한국 랭킹 1위 신진서 9단은 '제1회 북해신역배 세계바둑오픈전'에 출전한 한국 선수 14명 중 홀로 생존해 8강에 올랐다. 그러나 이 대회 초대 우승 '0 순위'로 꼽히던 신 9단 마저 중국 선수에게 패하면서 한국은 출전 선수 전원이 4강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됐다. 4강은 모두 중국 기사들의 몫이 됐다.
신 9단은 14일 중국 광시장족(廣西壯族)자치구 웨이저우(潿洲)섬에서 열린 본선 8강에서 중국 탄샤오 9단에게 210수 만에 흑 불계패했다. 초반 좌상귀 패싸움에서 손해를 본 뒤 줄곧 끌려갔고, 중반 이후 승부를 뒤집을 기회를 만들지 못한 채 완패를 당했다.
한국의 완패는 중국의 이른바 인해전술(人海戰術)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번 대회에 한국은 14명이 출전해 32강에 7명, 16강에 4명이 올랐고, 8강은 신 9단 1명이 생존, 힘겹게 레이스를 이어갔다.
반면 중국은 한국의 2배가 넘는 29명이 출전, 32강에 21명, 16강에 10명, 8강에 5명, 4강에 4명 전원이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결국 4강 대진은 주최국 중국 기사들로만 채워진데다, 첫 대회 우승컵도 중국 품으로 확정된 셈이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예전에도 중국선수가 압도적으로 많이 출전하는 이른바 '인해전술'에 부딪혀 한국이 8강이나 16강에서 전원 탈락하는 사례들이 종종 발생했다"면서 "홀로 8강에 오른 신진서 9단에게 기대를 걸었으나, 그 역시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해 아쉽다"고 전했다.
4강전은 15일 왕싱하오 9단 vs 리웨이칭 9단, 리친청 9단 vs 탄샤오 9단의 대결로 이어지며, 결승 3번기는 17일부터 19일까지 열려 초대 챔피언을 가린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180만 위안(한화 3억 3600만원)이며, 준우승 상금은 60만 위안(약 1억 19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