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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세월호와 계엄령, 그리고 음모론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의 의미는 '기억'이다. 299명의 우주가 한꺼번에 꺼진 데 대한 슬픔을, 노란 리본은 담고 있다. 또 가족들에게 끝끝내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5명의 아픔을, 노란 리본은 담고 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는 각오를, 노란 리본은 담고 있다. 참사 11년째인 오늘, 노란 리본은 그때의 슬픔과 아픔 그리고 각오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며 다시 일렁인다. 그러니 세월호는 현재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11년째 세월호 침몰 원인 논란, 음모론의 시작
세월호가 현재 진행형인 다른 이유도 있다. 침몰 원인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도 사그라들지 않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이들은 현재까지 침몰의 원인이 제대로 가려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특정 세력이 사고 원인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해양안전심판원은 지난해 11월 '여객선 세월호 전복사건'을 재결(裁決)하며 △조타장치 고장 △무리한 증·개축 △화물 고박 불량을 이유로 꼽았다. 법원 판결과 같은 성격을 갖는 심판원의 결론으로, 그간 이어진 조사 결과와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잠수함 충돌설'을 담은 영화가 새롭게 개봉되고 있고, 사람들은 다시금 '진실을 규명하자'고 이야기 한다.

 

참사와 희생자에 대한 안타까움의 발로이겠지만, 이러한 음모론이 과연 진실을 규명하고 유가족의 슬픔을 어루만지는 데 도움이 될지는 따져 물어야 한다. 그간 사고 원인을 두고 '이러이러한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느냐'면서 이른바 '악마의 증명'이 번번이 요구되었고, 무분별한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해명하느라 시간과 노력은 허비되었다. 유족들 역시 '아니면 말고' 식으로 터져나오는 음모론 속에 마음을 졸이느라 차분히 가족과 이별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그런 음모론이 여태 발붙일 수 있는 건 그럴싸한 이야기가 유력 인사에 의해 구성되는 탓이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여러 의혹을 제기하고 증거 자료의 조작 가능성을 언급하다가 급기야 2018년엔 <그날, 바다>라는 영화까지 제작했다. 세월호의 '고의 침몰설'을 다룬 영화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의혹제기에 관심이 모아지면서 검찰 수사까지 진행됐지만 당연히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영화 개봉 당시에도 무책임한 음모론 아니냐는 지적은 있었다. 그러나 김씨는 "모든 가설은 입증되기 전까지 음모론의 성격을 갖는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내란사태까지 일으킨 음모론 배격해야…세월호의 또다른 교훈그가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한발 앞서 퍼뜨린 음모론을 통해 지탄을 받기는커녕 명성을 얻은 까닭이다. 2017년 4월 김어준씨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한 영화 <더 플랜>은 'K값(미분류상대득표율)'을 들먹이며 개표조작설을 키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18대 대선 당시 개표 과정에 인위적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영화 속 주장의 근거들이 하나씩 거짓으로 드러났지만 당시 진보 진영은 반색하며 김씨의 음모론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부정선거 음모론은 보수 진영으로 전이됐다.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누구에게든, '선거 결과가 조작됐다'는 음모론은 인지부조화를 달래주는 달콤한 방책이 되어주었다. 실패의 상처를 감싸는 엇나간 치유법을 보수가 진보로부터 배운 셈이다. 그 결과는 지난 연말 우리가 목도한 그대로이다. 과거의 부정선거 음모론에 중국인 개입설 등이 양념으로 더해졌다. 윤석열은 이를 비상계엄 선포 근거의 하나로 이용했다. 세월호 참사가 음모론으로 이어졌다면, 12·3 내란사태는 그러한 음모론에 기인했다. 그뿐이 아니다. 제주항공 참사에도, 역대 최악의 산불에도 이제 늘 음모론이 따라 붙는다.

 

본격화한 대선 국면이나 새 정부가 출범하는 상황에서도 음모론은 또다른 숙주를 찾아나설 것이다. 누구는 '입증되기 전에는 음모론일 수 있는 것 아니냐' 쉽게 말하지만, "범상치 않은 주장에는 범상치 않은 증거가 요구된다"는 칼 세이건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진영을 가리지 않고 파고드는 음모론을 단호히 배격하지 않으면 불행은 거듭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를 올바로 기억하기 위해서도,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음모론은 끊어내야 마땅하다. 무책임한 음모론의 끝은 분열과 고통뿐이라는 점은,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남기는 또 다른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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