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분기 역성장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와 미국 관세 정책 여파로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5월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게 됐다.
한국은행은 17일 경제상황 보고서에서 "1분기 성장률은 2월 전망치 0.2%를 밑돈 것으로 추정된다"며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와 미 관세정책에 대한 우려로 3월중 다시 경제심리가 다시 위축됐다"며 "여기에 대형 산불, 일부 건설사의 공사 중단, 고성능 반도체(HBM) 수요 이연 등과 같은 일시적인 요인들까지 겹쳤다"고 내수와 수출 모두 하방압력이 커진 이유를 설명했다.
한은의 이같은 수정 경제 전망에 관한 중간 현황 공유는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 명분을 확보하는 차원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뒤 "금융통화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 기준금리를 연 2.7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따라서 과거 말씀드린 것보다 (5월) 인하 가능성이 크다고 (시장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 총재는 5월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가능성을 함께 시사했다. 앞서 지난 2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1.5%에서 낮춰잡을 것을 예고한 셈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이 나온 것을 보면 지난 2월 전망 시나리오가 낙관적이기는 하다"며 "1분기 정치적 불확실성도 생각보다 오래 이어져서 5월에 발표될 성장률 전망치는 상당히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기준금리 인하 폭과 관련해서는 "과도하게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했다. 다음 기준금리 결정 시점이 조기 대선 직전인 점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정치적 고려 없이 경제만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