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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만약 윤석열 계엄 성공했다면…한미 관계는?

'계엄 청구서' 너머 '트럼프 청구서' 한미동맹에 부여한 가치에 '인플레이션' 없었나 살펴봐야

역사에 가정은 없다. 그러나 한 번 해보자. 보다 정확한 현실 진단을 위해서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내란이 성공했다면? 그리고 1월 20일, 미국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아닌 해리스가 취임했다면? 그랬다면 지금 한국은 어디로 향하고 있었을까. 한미관계는 어떻게 변했을까.

단언컨대, 최악이었을 것이다. '관세 폭탄'으로 세계를 뒤흔든 트럼프를 보고도 그런 얘기를 하느냐고? 그렇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계엄의 밤'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미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 계엄령 직후,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국 대통령이 비상계엄이라는 통치행위를 결정하는데 있어, 미국에 미리 알리지 않은 것이 큰 문제인가?

헌법상 비상계엄 선포 요건은 다음과 같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혼란할 때." 이 조항에 따라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우리 군의 준비태세에도 변화가 생긴다. 데프콘(DEFCON)이 4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된다.

데프콘 Ⅲ가 발령되면, 한미연합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이 미군 대장인 한미연합사령관에게 넘어간다. 또한 한국에는 주한미군 2만8500명과 그 가족들이 살고 있다.


비상계엄이 선포될 정도의 유사 상황은 이들의 안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한국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면, 한반도 안보의 한 축을 담당하는 유일한 동맹 미국에 사전 통보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윤석열은 미국을 패싱했다.

이에 바이든 정부는 '격노'했다. 계엄 선포 직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내놓은 첫 논평은 "미국은 사전에 통지받지 못했다"였다. 이어 "한국 국민들이 이번 사태를 평화적, 민주적, 헌법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확신한다"는 성명을 내놨다.

이 사태를 풀어갈 주체로 한국 정부가 아니라 '한국 국민'을 지목했다. 미국 정부는 적대국을 비판할 때 이렇게 '정부'와 '국민'을 분리해 언급하곤 한다. 예컨대,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면서  '북한 주민'을 따로 거론하는 식이다.  

바이든 정부는 비상계엄 자체도 비판했다. 국무부 2인자인 커트 캠벨(Kurt Campbell) 부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심각한 오판을 했다(badly misjudged)"면서 이번 행위를 "illegitimate"라고 꼬집었다.  '위법적이고 정당성이 없다'는 의미이다.

국무부 고위 관리가 동맹국 정상에게 이런 표현을 공개적으로 사용한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  미국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은 윤 대통령을 '불량(rouge)' 대통령'이라 지칭했고, 계엄을 "쿠데타 시도(attempted coup)"라고 규정했다. 미국이 동맹국 정상에게 내린, 사실상의 '외교적 탄핵'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지속되고, 바이든 행정부의 연장선인 해리스 행정부가 출범했다면, 한미관계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지난 3년간 윤석열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가치 외교'에 최상의 파트너를 자처해왔다. '자유 민주주의 국제질서'라는 공동 가치를 수호한다는 명분 아래  한미일 군사 협력, 대만 문제, 러-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과감하게 바이든의 손을 들어줬다.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만약, 계엄에 성공했거나, 탄핵되지 않았다면, 명분을 상실한 윤석열 정부의 대미 외교는 저자세를 넘어 '포복 외교'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정은 그만, 현실로 돌아오자. 최악은 피했지만, 결코 녹록지 않다. 더 강력해져 돌아온 트럼프가 한국에 내밀 '청구서'를 준비하고 있다. '상호관세 25%'는 벌써 꺼내 들었다. '머니머신(money machine)' 한국에 더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는 것도 정해진 수순이다.


주한미군 철수 카드 역시 다시 흔들 것이다. 바이든이 박아놓은 '민감국가' 대못도 굳이 빼지 않을 것이다. 중국 견제에 더 많은 역할을 하라는 압박은 거세질 것이다. 김정은을 다시 만나 어떤 '딜'을 할지도 모른다.

신용카드 청구서가 갑자기 늘어나면 누구나 거래 내역을 들여다보게 된다. 거래주의자 트럼프 덕분에 '한미동맹'의 값어치를 점검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보수의 눈에 진보는 한미동맹을 '불신'하고, 진보의 눈에 보수는 한미동맹을 '맹신'한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한미동맹은 곧잘 가치와 신념의 문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가 노골화된 지금, 우리도 한미동맹의 실익을 따져봐야 한다. 우리가 한미동맹에 부여한 가치에 혹시 '인플레이션'은 없었는가 살펴봐야 한다. 물론 한국의 지불 능력은 커졌다. 이제는 손익 계산 능력도 함께 커져야 한다.

다행히도, 우리는 그 손익을 계산할 리더를 새로 선택할 기회를 얻었다. 길고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은 우리에게, 가정을 허락하지 않는 역사가 다시 한 번 숙제를 내주었다.

박형주 칼럼니스트
- 전 미국 VOA 기자, 『트럼프 청구서』 저자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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