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도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교단에서 출교 된 서울 서초구 A교회 배모 씨(전 목사)가 해당 교단에 재심을 청구하면서 교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배모 씨는 지난해 2월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남연회 재판위원회로부터 출교를 당했고, 연회 재판부를 상대로 낸 출교 효력정지 가처분에서도 패소했다.
교회법상 '출교' 선고는 가장 수위가 높은 징계로 목사직은 물론 교인 자격까지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법원은 "(연회 재판)출교 판결이 허위 사실에 근거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우며, 피해자를 강제 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다.
A교회 교인들은 배씨가 재심을 통해 징계 수위를 경감 받아 교회로 돌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배씨가 지난 해 출교 판결을 받고도 회개나 뉘우침이 없었고, 교회 사택을 여전히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교인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또, 배씨가 출교 되고 14개월이 지나서야 최근 연회 감독 직권으로 담임목사가 파송됐기 때문에 교회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을 막 떼기 시작한 터였다.
A교회는 2023년 초 배씨의 성추행 논란이 시작되고 교인이 1/4 수준으로 줄어 현재 200여명 남짓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17일 오전 배씨의 재심 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감리회본부 서울남연회 앞 복도에는 A교회 교인 30여 명이 생업을 제쳐두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교인들은 '성범죄 피해 여성의 눈물을 닦아주세요', '출교 불복 사회법 소송 이제 재심?', '재심이 왠말인가?'라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침묵시위에 나선 한 권사는 "배 목사가 양심에 화인을 맞고 분별력이 없어진 것 같다"며, "새 담임목사를 맞아 사순절을 보내고 있는데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권사는 "도대체 배 목사 마음 속에 예수님이 계시긴 한 건지 모르겠다"며, "지금껏 사택도 안 비워주고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기감 서울남연회 재판위원회(위원장 남회우 목사)는 두 시간 가까이 배 씨 재심 청구에 대한 재판을 이어갔다.
비공개로 진행된 재판에서는 당사자인 배씨와 배씨 측 변호인, A교회 측 장로들과 변호인이 참석했다.
배씨 측은 재심 재판에서 출교 징계가 너무 과하다며 징계 수위를 낮춰달라는 취지로 변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교회 측은 배씨의 성추행 논란 이후 2년 넘게 한 번도 회개나 사과가 없었다며, 배씨에 대한 징계 수위를 낮출 경우 교회 재건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교단 일각에서는 배 씨가 다음 달 19일 성추행 혐의에 대한 정식 재판을 앞두고 교단 출교 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연회 재판 결과를 두고 상급심인 총회 재판부가 아닌 연회 재판부에 재심을 청구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을 표시하는 이들도 있었다.
검찰은 올해 1월 31일 배씨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벌금 200만원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약식 명령을 청구했다. 배씨 재판은 다음 달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다.
기감 서울남연회 재판위원회는 오는 22일 평의를 거쳐 재심 판결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이 재판을 마치고 나오는 배씨에게 재심을 청구한 이유에 대해 물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