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망론? 어림도 없는 소리. 표리부동하고 우유부단한 사람이 전주 출신이지만 배신자 같지 않나요?", "만약에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말만 번지르르하지 말고 실천했으면 좋겠어요."
전북 전주 남부시장에서 8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김명근 씨(62)의 진지한 평가다.
18일 오전 가게에서 만난 김 씨는 전주 출신으로 알려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설에 대해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단칼에 잘랐다.
그는 한 대행을 표리부동 내지는 우유부단한 사람, 심지어는 배신자라고 표현했다.
"노무현 대통령 때 국무총리 하다 이명박 때는 '본적이 전북이 아니고 서울이다'는 사람한테 어떻게 믿고 찍어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비상계엄 사태로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는 김 씨는 "민주당은 이재명, 국민의힘은 홍준표"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를 향해서는 "말만 번지르르하지 말고 실천을 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시장 상인들 "나라 살리고 편한 게 최고"인근에서 40년 세탁 인생을 일군 이광희 씨(76)의 전라도 사투리가 흘러넘쳤다.
"가장 말 많은 사람이 누구여. 이재명 아녀. 전부 그 얘기네."
"한덕수는 나중에 나올 거 같여. 그래도 힘들 걸"
이 씨도 장사가 어렵단다. 그의 말처럼 문 닫거나 주인만 홀로 앉아 있는 곳들이 많았다.
무심하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대한민국 정권 살려야지. 뭐 지금 난리잖아. 대한민국 살려야지 그게 우선이지."
비상계엄으로 손님이 딱 끊긴 곳이 이뿐이랴.
남부시장에서 옷 장사 40년 경력의 김숙효 씨(71)가 본 정치는 야속했다.
울화통이 터져 죽겠다는 김 씨는 "여기 1시간만 앉아 있어 봐 봐"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전주에서 태어났다고 여태껏 안 하다가 근데 왜 다 속이고 안 했다…"
한덕수 대행에게 타박을 준 마음은 이재명 대표를 향하면서 활기가 돋았다.
"잘해 뭐든지 하는 거 보면 똑소리 나게 잘하잖아요. 내 마음속에 그래."
시장통에서 순대국밥을 끓인지가 30년 권교숙 씨(59)는 "좀 어이가 없죠"라며 혀를 찼다.
"왜 그러냐면 권한대행이면 그냥 권한대행 위치만 지켜줬으면 좋겠는데 너무 선을 넘는 것 같아서 이번에 깜짝 놀랐어요."
이 마당에 전주 출신 찾아 무엇하랴. "아직은 이재명 후보밖에 없을 것 같다"고 권 씨는 말했다.
전북 전주의 대표 관광지 한옥마을에서 농악인 안오장 씨(79)를 만났다.
"이재명이지 이재명" 두 번이나 강조하더니 '눈에 띄는 후보'라며 '민주당 대장'이라고 추켜세웠다.
"나라를 살리고 국민을 편하게 해준다는 게 최고 아니야. 지금까지 잘 해 나왔고 민주당 대장으로 잘하고 있잖아. 지금"
한덕수 대행에 대해선 "게임도 안 돼. 뭘 하려고 나와"라더니 "양심적이고 실력도 있고 재능도 있어야지"라며 대통령의 자격을 강조했다.
대학가 '민주당 호남 우세론' 갸우뚱젊음이 분비는 전북대학교 앞 분위기는 또 달랐다.
전북대 공과계열 박세찬 씨(21)는 "그냥 반반"이라고 했다.
그의 친구는 "민주당이 7이고 나머지가 3"이라며 "이재명 후보는 조금 알고 잘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예체능계열의 박주영 씨(24)는 "사실 이재명 씨만 아니면 돼요"라고 톤을 높였다. "제가 정치를 잘 몰라서 그냥 너무 소문이 안 좋다"는 식이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윤모 씨(30대)는 민주당 호남 우세론에 대해서 고개를 꺄우뚱했다.
"50대는 그런데 20~30대는 아니죠. 반반이죠"라고 했다. 그러고는 "(이재명 후보는) 별로 안 좋아한다"며 "언론에 공개된 언행도 그렇고 정치를 잘 한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손사래를 쳤다.
대학가에서 5년간 카페를 운영 중인 고석 씨(41)는 둘 다 뼈를 때렸다. "국민의힘이 너무 못하다 보니까 민주당을 뽑긴 하는데 그렇게 이재명 따로 물어보면 저는 별로…"
바라는 점도 짧지만 강했다. "정책을 물어본다면은 그냥 사고만 안 치면…"
'텃밭이지만 삼중고' 전북, 대권 주자들 입 주목'긍게잉' '뭐다냐' '고놈 참' 표현처럼 젊잖은 양반의 기질이 있지만 조곤조곤 짚는 것이 전북 민심의 일면으로 볼 수 있다.
역대 대선에서 전북은 민주당 후보를 향한 압도적인 지지가 득표율로 나타났다. 14대 김대중(89.13%), 15대 김대중(92.28%), 16대 노무현(91.58%), 17대 정동영(81.6%), 18대 문재인(86.25%), 19대 문재인(64.84%), 20대 이재명(82.98%) 등이다.
권리당원 수가 압도적인 전북은 대표적인 '민주당 텃밭'이라지만 지역 발전에 생각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선뜻 표를 내주지 않는다.
수도권과 지방, 영남과 호남, 호남 내 광주전남과의 구도에서 전북이 뒤로 밀리며 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22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전북 지역구 10곳을 싹쓸이했지만, 비례대표에서는 조국혁신당이 45.53%로 전북에선 1위로 새로운 가능성이 나타났다.
이재명 대표는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에서 진 뒤엔 "호남 시민이 '매번 민주당을 열성적으로 지지했지만 정작 내 삶은 변하지 않았다'는 호된 질책을 내려주셨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호남권 순회경선을 연다. 전북을 향한 대권 주자들의 애정에 '호남 민심'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