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조기대선 후보 선출을 위해 19일 충북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의 첫 순회경선에서 이변은 없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선두를 달려온 이재명 예비후보가 1위에 올랐다.
이 예비후보는 이날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충청 지역 순회경선 권리당원·전국대의원 투표 종합에서 88.15%를 득표했다.
김동연 예비후보는 7.54%로 2위, 김경수 예비후보는 4.31%를 얻어 3위를 각각 기록했다.
6만 3460명이 참여한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이 후보가 88.16%, 김동연 후보가 7.53%, 김경수 후보가 4.31%를 각각 얻었다. 1270명이 참여한 전국대의원 투표에서는 이 후보가 87.32%, 김동연 후보가 8.43%, 김경수 후보가 4.25%를 각각 득표했다.
이 예비후보는 경선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당원 동지 여러분, 그리고 대의원 여러분들의 과분한 지지에 감사드린다"며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달라는 열망을 잘 받아서 남은 일정에서도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지지에 화답했다.
경선 내내 여유있는 행보를 보였던 이 예비후보는, 이날 연설에서는 지난 대선의 패배를 언급하며 겸손한 모습으로 연설에 나섰다. 그는 "3년 전 어느 날 국운이 걸린 대회전(大會戰)에서 저의 부족함 때문에 우리는 패배했다"며 고개를 숙였는데, 그러자 당원들은 "아닙니다!"라고 응원과 격려에 나섰다.
이 예비후보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 모두 충청의 선택으로 탄생했다"며 지역 맞춤형 공약 선전에도 나섰다.
그는 "대전과 충청이 앞서가는 '과학기술 강국'의 길이 바로 대한민국이 선도해 갈 미래"라며 "대전은 K-과학기술을 이끌 세계적 과학 수도로, 충남과 충북은 첨단 산업벨트가 들어선 미래산업 중심지로 만들어 놓겠다. 충청권 통합경제권을 만들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1극 체제를 완화하고, 과감한 권역별 투자로 지역의 성장 동력을 복원해서
지역간 격차를 줄일 것"이라며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을 건립하고, 2차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세종을 '행정수도의 중심'으로 완성하겠다. 헌법 개정과 국민적 합의라는 난관이 있겠지만 대통령실과 국회의 완전 이전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충북 음성 출신인 김동연 예비후보는 고향 지역에 왔음을 적극 홍보했다. 그는 충청 지역을 연고로 하는 야구팀 한화 이글스의 점퍼를 입고, '나는 행복합니다' 응원가와 함께 입장했다. 부모·배우자까지 가족 모두가 '충청 출신'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3년 전 지방선거 때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이겼고, 전국 최대 지방정부에 민주당 깃발을 들어올렸다"며 "정권교체 그 이상의 교체가 필요하다. 경제위기와 싸워 이기겠다"고 '경제'를 강조했다. 김동연 예비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경제통이다.
이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 걸쳐 기재부에서 일했던 경험을 강조하며 "한미 FTA, 환율 협상에서 당당히 임했고 성공했다. 다시 등장한 트럼프에 맞서 국익을 지켜낼 사람이 바로 저"라며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실, 기획재정부, 검찰 3대 권력기관을 해체 수준으로 개편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불평등을 끝내는 경제 대연정을 반드시 이루겠다. 10대 대기업 도시, 10개 서울대 반드시 만들겠다. 기후산업 400조 투자, 간병국가책임제 모두 완수하겠다"며 "대통령 당선 즉시 대통령실을 세종으로 옮기겠다. 취임하는 당일부터 세종에서 일하고 국회, 대법원, 대검찰청까지 충청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연단에 선 김경수 후보는 지역은 다르지만, 경남도지사를 지낸 경험을 토대로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하며 충청 표심에 호소했다.
그는 "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수도권 중심 성장이 아니라 균형발전이 필요하다"며 충청지역이 중심이 되는 "행정수도의 꿈을 이제는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내란의 본산인 용산의 대통령실을 단 하루라도 사용해서야 되겠느냐"고 외치며 즉시 이전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또한 "행정수도 이전은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부울경, 대구경북 5개 권역으로 이루어진 '5대 메가시티 자치정부'의 시작"이라며 경남지사 시절 추진했던 메가시티와 연결지었다. 이어 "5대 권역별 메가시티로 대한민국의 대전환을 이루겠다"며 "목적은 청년들이 돌아오는 지역, 아이들이 다시 태어나는 지역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충청의 청년 인구는 줄고 있지만, 청년 일자리가 있고 적극적인 지원이 있는 아산시나 계룡시는 청년이 오히려 늘고 있다"며 충청 지역의 지원 성공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충청의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자가용 없이 대중교통만으로 다닐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며 "대전과 청주를 연결하는 충청권 광역급행철도 CTX를 조기에 추진하겠다"고 맞춤형 공약도 제시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 예비후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두 예비후보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김경수 예비후보는 이를 일축했다. 그는 경선 후 이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모두가 이기는 경선을 통해서 압도적인 정권 교체를 만들어내는 것이 이번 경선의 최대의 목표"라며 "단일화는 이번 경선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번 대선 민주당 경선의 첫 순회경선이자, 역대 주요 선거에서 승패를 가르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지역인 만큼 이날 경선장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충청권 유권자수가 3년 전 20대 대선 때보다 약 8만 3천명 늘어나면서, 오는 대선 본선의 주된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오후 3시 본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각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은 청주체육관 2층에서 제각기 '응원전'을 벌였다. 12.3 내란 사태 국면에서 시민들이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왔던 것처럼, 이날 경선장에서도 다양한 응원봉과 응원도구가 등장하면서 현장 분위기는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 김동연 예비후보의 지지자들은 행사 시작 1시간여 전부터 그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며 '김동연'을 연호하는 등 분위기를 달궜다. 김동연 캠프 관계자는 "세 후보 가운데 김 후보가 유일하게 충청 출신이고, 얼마 전 여론조사에서도 충청에서는 20% 남짓한 지지율로 선전했던 바 있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이재명 예비후보가 행사 시작 30여분 전쯤 잠깐 동안 모습을 드러내자 현장에 나온 당원들 대부분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재명'을 외치며 대세를 확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