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77)이 할리우드 신작 영화 '결혼 피로연'(원제 The Wedding Banquet)의 개봉 해외 언론 인터뷰에서 아들의 커밍아웃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깊은 울림을 전했다. 그는 "첫째 아들이 2000년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했다"며 "이 영화는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맞닿아 있다"고 밝혔다.
19일(현지시간) 윤여정은 미국 매체 피플, 버라이어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과의 인터뷰에서 "'결혼 피로연'은 나에게 매우 사적인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며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는 아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부모에게 밝히는 것이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에서 동성혼이 합법화된 후 아들의 결혼식을 그곳에서 열었다"며 "한국에서는 여전히 비밀로 했기에 가족 모두가 뉴욕으로 갔다"고 회상했다. 덧붙여 "이제는 아들보다 사위를 더 사랑한다고 농담할 정도"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윤여정은 영화 속 대사 중 하나인 "네가 누구든, 너는 내 손자야"라는 말 역시 실제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사는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내가 직접 제안했고,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여정이 출연한 '결혼 피로연'은 대만 감독 리안(李安)의 1993년 동명 영화 리메이크작이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 앤드류 안의 연출 아래, 미국 내 한국계 이민자 가족을 중심으로 설정을 바꿨다. 윤여정은 극 중 동성애자인 손자의 할머니 역을 맡았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한국으로 돌아가면 어떤 반응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사람들이 내게 책을 던질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웃었지만 "한국이 조금 더 마음을 열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여정은 1974년 가수 조영남과 결혼해 두 아들을 두었고, 1987년 이혼 후 홀로 자녀를 키웠다. 그는 2021년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