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조기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영남권 순회 경선에서 이재명 예비후보가 90% 넘는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며 대세론을 굳혔다. 본선을 의식한 예비후보들은 민주당 험지에서 당원들의 단합을 끌어내고자 했지만 지지자들 사이에선 불협화음도 나왔다.
20일 울산광역시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민주당 영남 지역(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순회 경선에서 7만3255명이 참여한 권리당원·전국대의원 투표 합산 결과 이 예비후보는 90.81%를 얻어 1위에 올랐다. 김경수 예비후보는 5.93%를 득표해 2위, 김동연 예비후보는 3.26%로 3위를 각각 기록했다.
민주당 공보국에 따르면 영남권 총 투표율은 70.88%로, 지난 대선 경선 당시(60.77%)보다 높았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이번 조기 대선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행사장에는 약 5천명이 참석했다.
유력한 대선 주자인 이 예비후보는 투표 결과에 대해 "아직 결과를 속단할 수 없다"면서도 "당원 여러분이 저에 대해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는 점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서도 이 예비후보 지지세가 가장 돋보였다. 행사장에 이 예비후보가 파란색 응원봉을 머리 위로 흔들며 입장하자 당원 대다수가 일어서서 환호했다. 이후 김경수, 김동연 예비후보 입장 때도 환호성이 나왔지만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로 전환됐다.
이 후보는 정견 발표에서 "경북 안동이 낳고 길러준 영남의 큰 아들"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후 "동토에서 독립운동하듯 민주당을 지켜온 여러분이 민주당의 든든한 뿌리"라며 영남 당원들을 격려했다.
경쟁 후보들에 대해선 "김동연 예비후보가 말한 '국민 개개인의 권리와 존엄이 존중받는', '모두의 나라, 내 삶의 선진국'을 함께 만들어보자"거나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꿈인 균형발전을 토대로 김경수 후보의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비전을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말하며 포용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이미 1강 체제를 굳힌 이 예비후보인만큼, 본선을 앞두고 당내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경남 고성이 고향으로 경남 김해을 지역구 국회의원과 경남도지사를 지낸 김경수 예비후보 역시 정책 차별화와 별도로 후보 간 단합 메시지를 냈다.
그는 정견 발표에서 '영남 광역 교통망 확충', '5대 권역별 메가시티 건설'과 같은 주요 공약을 제시하면서도 "당원 여러분과 이재명 후보, 김동연 후보와 함께 압도적인 승리를 만들겠다"며 연대를 강조했다.
김경수 예비후보는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5.66%를 얻는 데 그쳤지만, 전국 대의원 투표에서는 14.66%를 얻으며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는 투표 결과가 나온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받은 지지에는 영남 지역에서 어렵고 힘들게 민주당 당원으로 걸어온 이들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대의원 동지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편 김동연 예비후보는 전날 충청권 경선에 이어 '지역 야구 정치'를 이어갔다. 그는 부산이 연고인 롯데 자이언츠의 점퍼를 입고, 창원이 홈구장인 NC 다이노스의 버튼을 달고 등장해 지역 당원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정견 발표에서는 "오늘 함께 한 다른 두 후보들과 한 팀"이라며 "당대표직을 수행하며 내란 종식을 이끈 이재명 후보와, 단식까지 하며 민주주의 회복에 온 몸을 던진 김경수 후보에게 박수를 부탁드린다"고 화합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후보자들의 화합 행보에도 현장에선 일부 지지자 간 갈등이 표출됐다.
김경수 후보 연설 도중 한 당원은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멸칭)"이라며 그를 비난했다. '이재명'을 연호하던 지지자 중 일부는 투표 결과를 두고 "영남 대의원은 반성하라"고 소리치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