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자친구에게 불법으로 구매한 필로폰을 넣은 음료수를 먹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박진환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상해치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26)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고 결심 절차를 이어갔다.
앞서 1심은 A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는 취지로, A씨 측은 사실오인과 법리오인을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은 최후 의견 진술에서 "피고인이 마약류 취급자가 아님에도 다량의 필로폰을 매수, 이를 피해자에게 복용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범행 결과나 죄질이 매우 엄중하다"며 "또 피고인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폐기하고, 다른 사람의 진술을 오염시켜 증거를 인멸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매우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정 등을 고려하면 원심이 너무 가볍다"며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반면 A씨 측은 마약을 소지한 점은 인정하지만, 상해치사 죄에 대해서는 혐의를 부인했다. 마약을 먹인 사실이 없고, 피해자인 B씨가 스스로 호기심에 먹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A씨 변호인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마약을 넣은 음료를 마시게 했다고 볼 수 있는 증거는 피고인과 같이 마약을 구매한 지인의 진술이 유일하다"며 "하지만 지인의 진술은 경찰, 검찰에서와 달리 법정에선 달라졌다. 지인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살펴봐달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 B씨와 나눈 대화를 추가 증거로 제출해 A씨가 B씨에게 집착하거나 폭행을 휘두른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마약을 먹였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며 "증거로 제출한 SNS 메시지 내용 등과 피고인과 피해자가 거주지로 이동하는 과정을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지배하고 있다거나 가스라이팅한다는 점은 엿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일부러 1회 투약량이 넘는 마약을 알면서도 먹여서 상해 이르게 했거나 사망에 이를 가능성을 예견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A씨도 변호인의 주장과 비슷하게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최후진술을 서면으로 제출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30일 오전 5시 8분쯤부터 약 6시간 사이 충남 아산시에 있던 자신의 거주지에서 전 여자친구인 B씨에게 필로폰 약 3g을 탄 음료수를 마시게 해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음료수를 마신 B씨는 급성 필로폰 중독으로 사망했다.
필로폰 1회 투약량이 0.03g인 점을 감안했을 때 B씨가 마신 양은 약 1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다음달 30일 10시 A씨에 대해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