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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조희대·지귀연 법관 시대에 처음 보는 재판 풍경

해가 뜨고 지는 매일의 일상이지만, 요즘은 속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관행 따위는 관행일 뿐이다. 해가 중천에서 갑자기 떨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초현실적 상상을 해본다. 예부터 속단은 금물이라 했으니 더 단단히 죄어본다. 기자는 15년 정도 재판을 지켜봤다. 다섯해 쯤은 주목되는 사건의 재판도 직접 참관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내란 재판과 대법원의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재판을 보면 기자는 '완전 신출내기급'이라고 생각된다. 그간 한 번도 보지 못한 생소한 광경들이 날마다 벌어지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사건 공판을 보자. 재판장은 지귀연이다. 지 판사는 '날수'를 쪼개고 쪼개어 원자화된 '시간' 단위 방식으로 구속일수를 최초로 계산해 낸 대한민국 판사다. 서울중앙지법에서 부패전담부 재판장이면 중견 판사인데, 재판 진행 방식은 그의 호기심 천국이다. 대단히 실험적이다. 무엇보다 내란 피고인에게 최고의 호의를 베푼다.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그는 피고의 이익을 앞세웠다. 그동안 구속기간 계산법을 문제 삼는 사람이 없었는데, 최초로 윤측 변호인단에서 문제제기를 해서 답을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하필이면 내란이라는 중대 범죄 피고인에게 최대의 호의를 베풀어주는 이유가 무엇일까.
 
베품과 아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형사대법정 417호에서 윤 피고인에 대한 사진촬영을 금지했다. 1990년대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반란수괴죄로 구속돼 재판을 받았지만 그때 전.노 피고인도 사진촬영을 피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20년쯤 지나 구속된 박근혜,이명박 전 피고인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재판관들은 두말없이 공공의 이익을 앞세워 사진촬영을 허가했다. 
 
지귀연 판사의 피고인석 자리배치도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난다긴다하는 권력가가 구속되면 피고인석은 맨 앞줄 변호인석의 두 번째나 세 번째 자리였다. 그런데 윤 피고인의 좌석은 417호 법정 벽쪽의 제 2열에 위치해 있다. 필자는 피고인이 그 자리에 앉는 모습을 단 한 번도 관찰한 적이 없다. 어느 때이든 변호인 좌석이었다. 그것도 말석 변호사 자리였다. 아무리 유무상통이 좋다지만, '피고인석'이라는 명패를 옮겨놓으면 그 자리가 '피고인석'이 돼버리는 재판은 처음 보는 광경이다. 몹시 생경하다. 모두진술에서 피고인에게 90분간 반대진술을 떠들게 허용한 것도 처음 봤다. 기자가 직접 관찰한 모든 판사는 피고인이 하고 싶어도 제지하고 변호인에게 반대진술을 하도록 했다. 
 
전직 정보사령관이자 무속인으로 불린 노상원에 대한 재판도 비정상적이다. 이 재판은 군사기밀을 이유로 비공개 재판을 하고 있다. 지 판사는 3월 27일과 4월 10일 김용현과 노상원 재판에 정보사 정성욱 대령을 증인 신분으로 소환 신문했다. 이날 재판에서 정대령의 변호인이 퇴정조치 당했다. 아무리 증인 신분이지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에게 변호인의 조력조차 금지한다는 것은 군사재판이 아닌 일반법정에서 상상하기 어렵다. 정보사의 업무가 얼마나 대외비밀인지 알 수 없으나 공개재판은 헌법상 원칙이다. 피고인들에겐 모조리 이익을 돌려주고 언론과 국민,변호인들의 눈과 입은 자물쇠를 채우는 모양새다. 
 
대법원의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속도전도 처음 보는 광경이다. 역대 대법원에서 비상시가 아니면 이런 재판을 진행했는지 모르겠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조차 "일주일에 두 번 합의기일을 여는 것은 처음본다. 놀라울 정도로 신속하다"고 표현했으니 필자의 경험은 내세울 것도 없다. 대법원 안팎에선 조희대 대법원장이 "5월 8이나 9일 쯤 이 사건에 대한 선고 결정을 내릴 계획"이란 말이 나온다. 합의부를 지정하고 전원합의부로 하루도 지나지 않아 넘어가는 전광석화식 대법원 재판은 긴급조치 시대를 방불케 한다. 모두 재판장의 재량 범위 안에 속한 일이지만 사법재판의 제일 원칙은 재판의 안정성이다. 더욱이 최고상급심이 이례적으로 기일을 밀어붙이는 것은 무슨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을 살 수 밖에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판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앞으로 5년간 공선법 사건을 대법원이 쥐고 있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대법원이 사건을 5년 간 지고가는 부담만은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만일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공선법 사건을 쥐고 있는 대법원은 야당의 공격대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대법관들 사이에 공통적으로 존재한다고 한다. 상고기각으로 무죄를 확정하든 또는 일부 유죄 취지로 하급심에 사건을 내려보내든 양당간에 결정을 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이 대선 전 선고결정을 내리기로 결정한다면 그 시기는 대선 후보 등록 이전이 될 수 밖에 없다. 대선후보 등록일은 5월 10일과 11일로 예정돼 있다. 등록일 이전 선고가 이뤄진다면 5월 8일이나 9일이 된다. 그렇다고 후보 등록일을 넘겨 한참 대선 선거운동이 진행되는 시점에 선고하는 것은 정치적 개입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기간 내에 선고가 어려울 수도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만장일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표결로 결정한다. 표결은 12명의 재판관이 참여해 최소 8대 4로 결정하는 것이 관행이다. 7대 5의 결정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대로 선고할 경우 논란의 소지가 높기 때문에 대법원은 관례적으로 7대 5의 판결은 피하고 싶어한다.
 
사법부에 안정과 예측 가능성은 어느 집단보다 중요한 덕목이다. 이 또한 과거의 경험과 기억이 되었다.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예측이 가능하지 않은 '미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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