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둔기로 때리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내 유명 법률사무소 출신 미국 변호사가 징역 25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은 24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현모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현씨는 2023년 12월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에서 이혼 소송을 제기한 뒤 별거 중이던 아내를 쇠파이프로 수차례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13년 결혼 무렵부터 피해자에게 비하 발언을 하고 자녀들에게 피해자를 험담했으며 피해자를 비난하는 말을 하게 시키는 등 피해자를 괴롭혀 온 것으로 나타났다.
1심과 2심은 모두 현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당시 "사건 범행 수법이 너무나 잔혹하다"며 "피해자는 저항하다가 결국 '오빠 미안해'라는 말을 한다. 자기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상황에서 피고인을 어느 정도 달래보려는 말이다. 그 말을 내뱉기까지의 피해자가 당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자녀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자녀의 나이가 어려 엄마의 죽음을 인식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아이들이 커 이 사실을 알면, 어떻게 반응할지 정신이 아득해지는 측면이 있다"고 질타했다. 현씨는 공판에서 살인 고의가 없었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해 오다 재판 말미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주장을 바꿨다.
2심도 "피해자에 대한 최초 가격 행위가 충동적·우발적이었다고 해도 이후 계속된 무자비하고 잔혹한 행위, 50분 이상 (피해자를) 방치한 건 반드시 살해하고야 말겠다는 강력하고 집요한 살해 고의를 반영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현씨는 징역 25년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날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소장일본주의, 엄격한 증명, 심신장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한편 현씨의 부친은 검찰 출신 변호사로 다선 국회의원을 지낸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