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관련 시정연설을 진행했다. 최근 대선 출마설이 돌고 있는 탓에 더불어민주당 등 구 야당 의원들로부터 원성을 샀는데, 우원식 국회의장은 "파면된 대통령을 보좌한 국무총리로서, 권한대행으로서 책임감을 크게 느껴도 부족하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한 권한대행은 24일 오전 10시부터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안 시정연설을 진행했다. 차분한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연단에 올랐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앉은 의석에서는 등장 때부터 "내란 대행 한덕수는 사퇴하라", "나가세요" 등의 고성이 퍼졌다.
한 권한대행은 약 20분 동안 12조 2천억 원 규모의 정부 추경안 집행 계획을 발표했다. 그 용처로는 경북 지역 산불 피해 복구∙이재민 지원,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인공지능(AI) 분야 투자 확대 등이 언급됐다.
연설 후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앉은 의석에서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하지만 우 의장이 한 권한대행을 잠시 착석하게 한 뒤 질타를 쏟아내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달라졌다.
우 의장은 "헌법재판소(헌재) 판결에서도 이미 확인했듯이 대통령과 권한대행의 권한이 동일하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발상"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권한대행은 대정부질문 출석 답변과 상설특검(특별검사) 추천 의뢰 등 해야 할 일과, 헌법재판관 지명 등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분하시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 권한대행이 상설특검 임명은 외면하면서도, 이완규 법제처장과 서울고등법원 함상훈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대행은 별다른 반응 없이 눈을 감은 채 본회의장 자리를 지켰다.
우 의장은 "엄중한 비상계엄과 탄핵 그리고 대통령 파면을 거치면서 우리 국민들의 삶이 도탄에 빠졌다"며 "이런 때일수록 대통령을 보좌했던 국무총리는 권한대행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일을 잘 처리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단체로 항의하기 시작했다. 특히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 등은 의장석 앞으로 나와 거센 항의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우 의장은 "이럴 때 대통령을 보좌했던 국무총리와 권한대행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잘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국민을 대표해서 국회의장이 말씀드린 것"이라며 항의에 대꾸하지 않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고성을 지르며 거센 항의를 이어가던 국민의힘 의원들이지만, 우 의장이 국회 차원의 '산불피해지원대책 특별위원회(산불특위)' 구성 안건을 처리하려 하자 어느새 1분여 만에 각자 자리로 돌아가 표결에 참여했다.
산불특위 안건은 재석 의원의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의결돼, 국민의힘 6명, 더불어민주당 6명, 비교섭단체 1인으로 구성된 산불특위를 구성하게 됐다.
지난 산불로 인해 주된 피해를 입은 지역은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여온 영남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