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미아역 인근 마트에서 일면식도 없는 6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A(33)씨가 구속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0단독 최기원 판사는 24일 살인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이날 오전 9시 53분쯤 법원에 출석하며 "사과 안 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라고 답했다. "누구한테 죄송하다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A씨는 눈을 감고 "피해자 분께"라고 말했다. 흉기를 왜 휘둘렀는지, 자진 신고를 왜 했는지, 범행 이후에 흉기를 숨긴 게 맞는지 등 질문이 잇따랐지만 A씨는 침묵했다.
영장실질심사가 종료된 뒤 A씨는 "사회에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법정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묻는 말엔 "피해자분께 죄송하다"고 답했다. 다만 범행 계획 여부에 대해선 "계획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자진 신고를 왜 했는지 묻는 질문엔 "피해자 분한테 빨리 오라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A씨는 지난 22일 오후 6시 10분쯤 미아동의 한 마트 안에서 흉기를 휘둘러 장을 보던 60대 여성을 숨지게 하고, 40대 여성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은 모두 A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60대 여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40대 여성은 부상을 입고 입원 중이다.
마트 인근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A씨는 범행 직후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를 피우며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그는 112에 직접 전화해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A씨를 붙잡았다. 체포 과정에서 저항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12 신고 녹취록을 보면 A씨는 당일 오후 6시 19분쯤 경찰에게 "안녕하세요"라며 "여기 위치추적 해보시면 안 돼요? 사람을 찔러가지고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트에서 사람을 두 명 찔렀는데요"라고 말하자 경찰은 "누가요"라고 물었고, A씨는 "제가요. 방금"이라고 태연하게 답했다.
한편 A씨는 손가락에 부상을 입고 인근 정형외과에 입원 중이었는데, 사건 당일 마트로 가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환자복을 입은 채 마트로 들어가 진열돼 있던 술을 마신 뒤 판매 중이던 칼의 포장지를 뜯어 여성 2명을 향해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이후에는 사용한 흉기를 과자 진열대에 놓았다.
범죄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 A씨의 정신질환 여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무직인 A씨는 가족과 함께 거주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마약 등 약물 검사를 진행하는 한편 확보한 휴대전화 포렌식도 진행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신질환 병력, 범행 동기 등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