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에 대해 "미래세대의 부담을 늘린 개악"이라며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양인구문제연구원과 한양경제연구소는 30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차기 정부의 연금개혁,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정책포럼을 열고, 최근 국회를 통과한 연금개혁안에 대한 평가와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
발표를 맡은 전문가들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지난 3월 20일 '내는 돈'인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을 40%(2028년)에서 43%로 조정하는 모수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국회를 통과한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 조합은 제대로 된 연금개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청년층과 미래세대의 부담을 늘리면서, 낸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받는 50세 이상 연령층의 연금 기득권을 더 강화한 개악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2024년 9월 정부가 제안했던 자동조정장치와 세대 간 보험료 차등부담을 배제했다는 측면에서 많은 문제가 있다"며 "청년층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정부가 제안했던 세대 간 보험료 차등 부담은 '세대 간 갈라치기' 프레임을 씌워 채택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윤 명예연구위원은 "세대 간 형평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안했던 '일본식 매크로 슬라이드'를 통한 연금액 연동 조치를 2026년부터 당장 도입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만 기존 연금 수급자들도 연금개혁에 따른 고통을 분담할 수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를 직무급으로 전환시키면서 일본식의 '퇴직 후 재고용'을 활성화한다면, 당분간 정년은 60세로 유지하면서도 59세인 의무납입연령을 64세로 5년 더 연장할 수 있다"며 "정년을 늘리는 방안이 아니므로 청년층과 세대 간 상생이 가능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모수개혁안에 대해 "보험료율 인상 등 일부 성과가 있었으나 세대 간 부양에 기초한 현 제도의 틀을 못 벗어나 과도한 후세대 부담의 축소에는 실패했다"고 평가하면서 새로운 구조개혁 대안을 제시했다.
문 전 장관은 "현 국민연금의 소득비례부문을 세대 간 부양방식(부과방식)으로부터 단계적으로 적립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 경우 지금부터 인상되는 보험료는 새로운 개인연금계좌(新연금)에 적립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 일하는 세대가 낸 보험료로 은퇴한 세대의 연금을 지급하는 구조에서, 본인이 낸 보험료를 모아뒀다가 은퇴 후 그 돈으로 연금을 지급받는 구조로 바꾸자는 말이다.
그는 "개인연금계좌는 확정기여형의 완전적립방식(FDC)으로 운영해 재정균형 및 세대 간 형평성을 유지하고, 적립된 기금에 대해서는 최대한 자유로운 투자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재정으로 국민연금 재정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홍익대 경제학과 박명호 교수는 "국가가 국민연금 지급을 보장하더라도, 재정적자는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남을 것"이라며 "현행 국가재정 운영이 계속될 경우, 국민연금 고갈 이후 국가재정은 오히려 더 심각한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재정준칙, 독립적 재정기구 등 적자 편향적 재정운용을 제도적으로 막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1~2%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리재정수지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금액으로,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지표다.
토론에 참석한 손영광 연금개혁청년행동 대표는 "국민연금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낸 것 대비 지나치게 많은 돈을 약속하는 폰지 사기 구조'이지 '인구구조 변호'가 아니다"라며 "국민연금이 만약 낸 돈에 대해 정당한 투자 수익을 얹어 연금을 지급하는 구조였다면, 출산율이 0.1명이든 10.0명이든 지속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 문제의 원인이 낮은 출산율과 인구구조 변화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혹시 국민연금 문제를 만들거나 방치한 당사자들이 자신의 책임을 은근슬쩍 지금의 20~40대에게 책임전가하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