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잇따라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하며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제롬 파월 의장의 거취까지 거론하며 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하는 모양새다. 금융시장에서는 연준 독립성에 대한 외압으로 시장 불안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7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조만간 기준금리를 조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현재 통화정책은 잘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 미국 경제는 매우 강하게 성장했다"고 평가하며, 현재 정책 기조 유지가 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특히 "최근 기업들과 대화를 나누면, 관세와 무역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우려"라며 "불확실성이 클수록 기업은 장기 투자를 주저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준도 글로벌 무역 정책의 방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윌리엄스 총재는 또 인플레이션 기대치 유지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기도 했다. 그는 "현재 인플레이션은 약 2.3% 수준이며, 중립 실질금리는 장기적으로 0.75% 전후가 될 것"이라며 "올해 관세로 인해 물가에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일회성 충격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 전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시카고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규모가 예상보다 크다"며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물가 안정과 고용이라는 연준의 이중 목표 달성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거취까지 거론하며, 연준에 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그에게 (사임을) 요구하면 그는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으며, 같은 날 자신의 트루스소셜에는 "파월의 임기는 하루라도 빨리 끝나야 한다"고 썼다. 또 "머지않아 금리를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연준과 백악관의 시각차가 점점 벌어지는 가운데, 금융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무너질 경우 오히려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투자자들에 배포한 노트에서 "연준 독립성에 대한 위협이 현실화하면, 시장의 스트레스가 확대되고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고물가)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