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검찰이 진품이라고 판단한 데 반발한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나 2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최성수 임은하 김용두 부장판사)는 18일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가 국가를 상대로 1억원 배상을 청구한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검찰 수사 과정에 다소 미흡한 과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수사가 위법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이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수사 과정과 그 결론의 위법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수사 결과 발표 역시 위법하다고 볼 순 없다"고 판단했다.
'미인도' 진품 논란은 국립현대미술관이 1991년 소장하고 있던 미인도를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천 화백은 "자기 자식인지 아닌지 모르는 부모가 어디 있나"며 "나는 결코 그 그림을 그린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작품이 진품이 맞는다고 맞섰고 전문가들도 진품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천 화백은 절필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2016년 서울중앙지검은 전문기관의 과학감정, 전문가 안목감정, 미술계 자문 등을 종합해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자 김 교수는 2017년 미인도가 위작임을 입증하는 근거를 담은 책 '천경자 코드'를 출간해 "천 화백의 다른 작품에 있는 코드가 없으므로 명백한 위작"이라고 반박했다.
2019년에는 "검찰이 감정위원을 회유하고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천 화백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2023년 7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수사기관이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잃는 등 불법행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유족을 대리한 이호영 변호사(법무법인 지음)는 "오늘 판결에서 '미인도'의 진위에 대해 진품 또는 위작으로 보인다는 판단을 한 건 아니다"며 상고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