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자와'가 아닌 '마가(MAGA)자와'가 된 거냐? "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징하는 'MAGA' 모자를 쓰고 엄지를 치켜세운 사진을 두고 현지에서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굴욕 외교'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아카자와 재생상의 '저자세'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일본과 미국은 지난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첫 관세 협상을 진행했다. 일본 협상 대표로는 아카자와 재생상이 나섰다. 미국 측에서는 돌연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장으로 나왔다.
이 자리에서 아카자와 재생상과 트럼프 대통령은 주일미군 주둔비 증액, 일본 내 미국산 자동차 판매 문제 등과 관련한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카자와 재생상은 약 50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했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도 75분간 대화를 나눴다.
논란의 장면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 당시에 나왔다. 아카자와 재생상이 빨간색 'MAGA' 모자를 쓴 채 엄지를 들어 올린 사진이 백악관을 통해 공개됐기 때문이다.
MAGA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의미를 지닌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운동 구호다. 'Make America Great Again'의 약자로, 트럼프 대통령의 상징과도 같은 슬로건이다.
사진이 공개되자 일본 내에서는 아카자와 재생상의 행동을 두고 '굴욕 외교'라며 날 선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지 매체 '닛칸겐다이'는 "모자를 쓴 모습이 마치 트럼프 지지자처럼 보였다"며 "일본 정부가 MAGA 실현을 위해 힘쓰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반응도 좋지 않다. 현지 한 누리꾼은 "일본을 대표해 협상에 나선 장관이 MAGA 모자를 쓰고 있는 것은 자신의 입장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또 "모든 것이 트럼프의 손안에 들어갔다", "협상하는 사람이 취할 태도냐"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아카자와 재생상의 발언도 논란에 불을 지폈다. 아카자와 재생상은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을 마친 뒤 "누가 봐도 한참 아래인 입장인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와서 얘기해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본 야당으로부터 "국가를 대표하는 긍지가 있는데, 자신을 낮추는 발언은 좋지 않다"는 부정적 반응이 나왔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스모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대하듯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국격에 맞지 않는 지나친 겸손", "부끄럽다"는 등 댓글이 쏟아졌다.
하지만 아카자와 재생상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며 옹호하는 입장도 있었다.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은 "매우 겸손하다는 점에서 좋은 것 아닌가"라며 감쌌다. 일부 누리꾼들도 "그 상황에서는 거절할 수 없었을 것", "그 상황에서 모자 선물을 받고 착용하지 않는 건 바보 같은 행동"이라고 두둔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등장'으로 한국 정부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지난 21일 오전 "오는 24일 저녁 9시, 미국 시간으로 오전 8시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한미 2+2 통상 협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 대행과 통화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 안보 문제, 통상·산업 문제를 함께 다루는 '원스톱 쇼핑'을 제안했다. 다만 한국 정부는 통상과 안보를 분리해 협상하는 '투트랙' 전략을 고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