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정관장은 작년 12월 28일부터 2024-2025 KCC 프로농구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한동안 꼴찌 자리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연패가 길었다. 이후에도 계속 졌다. 총 10연패를 당했다. 10경기 연속 패배를 당한 지난 1월 11일 정관장의 시즌 전적은 7승 21패, 9위 고양 소노에 2경기 차로 뒤졌고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6위와는 6.5경기 차로 멀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관장이 6강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따낼 것이라는 기대는 전혀 없었다. 심지어 안양 농구 팬들마저도 봄 농구의 희망을 품지 못했다.
기적이 이뤄졌다. 정관장은 8일 강원도 원주에서 6강 진출 라이벌 원주 DB와 정규리그 최종전을 치렀다. 경우의 수를 따질 필요가 없었다. 이기는 팀은 6강 플레이오프로, 지는 팀은 집으로 가야 하는 외나무 다리 승부였다. 토너먼트 성격의, 어쩌면 올 시즌 최고의 명승부로 불릴만한 혈투에서 정관장이 78-67로 이겼다.
정관장은 10연패 이후 1승 2패를 기록하더니 내리 5연승을 달렸다. 이 과정에서 순위가 8위까지 상승했다. 하위권 경쟁팀 소노와 서울 삼성이 주춤했기 때문이다. 2월 초였다. 정관장은 계속 순위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순위 상승 자체에 의미를 뒀다. 박지훈은 "솔직히 (6강 진출까지는) 생각 못 했다. 꼴찌를 한다는 게 너무 싫었다. 김종규 형이 우리 팀에 오면서 순위를 하나씩 올리면 선수단 회식을 하자고 했다. 9위에 오른 날 제가 쐈고(물어보니 치킨을 쐈다고 한다) 8위가 된 날 김종규 형이 쏘고, 또 배병준 형이 쏘고 그랬다"고 말했다.
정관장은 3월 1일에 7위가 됐다. 부상 군단 KCC의 하락세가 컸던 시기다. 사실상 이때부터 6강 싸움은 6위 DB와 7위 정관장의 경쟁으로 압축됐다. 물론, 가능성이 높지는 않았다. 정규리그가 팀당 10경기 남짓 남은 상황에서 양팀의 승차는 3경기였다.
박지훈은 "국가대표 브레이크를 앞두고 우리가 7경기에서 6승을 했다. 그때 살짝 '어? 이거 잘하면 될 수도 있겠는데'라고 생각했는데 휴식기가 찾아왔다. 기세가 꺾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이후에도 우리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고 하나하나 잘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잘하면 6강이 될 수도 있겠다고 크게 느꼈던 시기"라고 말했다.
정관장은 3월 15일부터 6연승을 달렸다. 이 과정에서 대구 한국가스공사, 울산 현대모비스 등 5할 승률 이상의 강팀들을 다수 꺾었다. 그리고 마침내 순위를 6위로 끌어올렸다. 맞대결 공방률에서 DB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안심할 수는 없었지만 6위에 올라있는 팀명을 보면서 선수들은 더 강한 자신감을 얻었다.
마침내 꿈이 이뤄졌다. 정관장은 마지막 날 DB 원정에서 승리해 7위와 격차를 2경기로 벌리고 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변준형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팀의 포인트가드 역할을 맡은 박지훈은 10득점 11어시스트 7리바운드, 트리플 더블급 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박지훈은 정규리그 내내 꾸준히 잘했다. 정관장의 승부처였던 6라운드에서 특히 잘했다. 박지훈은 마지막 9경기에서 평균 14.6점, 5.3어시스트, 4.0리바운드라는 성적을 남겼고 야투율(2점+3점)은 무려 55.3%, 3점슛 성공률은 그보다 더 놀라운 50.0%(평균 1.8개 성공)를 기록했다.
정관장은 박지훈의 활약을 발판삼아 6라운드에서 7승 2패를 기록했고 이처럼 강한 뒷심이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기적으로 연결됐다.
박지훈은 "플레이오프에 올라갔다는 것 만으로도 너무 미칠 것 같다"고 환하게 웃으며 "예전에 우승할 때도 좋았지만 이번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서 우승했을 때의 그 기분을 다시 한 번 느낀 것 같아서 울컥했다. 저에게는 잊지 못할 시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