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주민들의 오랜 염원이던 '오륙도선 트램'이 사실상 무산됐다. 비용 대비 편익(B/C)이 0.39로 기준치를 크게 밑돌면서 사업 추진이 어려워졌고, 부산시는 이 같은 결과를 발표도 없이 넘긴 채 '부산항선' 신설을 전격 발표했다.
정치권에선 내년 지방선거와 6월 조기대선을 앞두고, 여권 주도의 새로운 교통 프로젝트를 띄우기 위한 '정치적 이동'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오륙도선 예타서 0.39 '사망선고' 받고도 조용히 넘긴 부산시오륙도선은 2018년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전 의원(남구을)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시절부터 추진해 온 무가선 트램 실증 노선으로, 부산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에서 용호동 오륙도SK뷰 아파트까지 총 5.15㎞를 잇는 노선이다.
오륙도선은 부산시가 다른 지자체와의 경쟁을 뚫고 국토교통부의 트램 실증노선 설치 구간으로 최종 선정되며 본격 추진됐다.
당초 제출한 공모 제안서에 따르면 총사업비는 약 470억 원 규모였으나, 실시설계와 교통환경 심의 과정에서 사업비가 900억 원대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예비타당성 재조사를 의뢰했다.
CBS 종합취재 결과, 부산시는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구두로 먼저 전달받았고, 이후 3월 20일 국토부 산하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를 통해 공식 공문을 받았다. 사실상 부산시는 공문을 받기 전부터 예타 탈락 결과를 알고 있었던 셈이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B/C 0.39, AHP 0.418. 기준선인 0.7과 0.5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다. B/C는 편익을 비용으로 나눈 '경제성' 지표이며, AHP는 정책성과 지역 균형 등을 반영한 '정성적 타당성' 지표로, 통상 각각 0.7과 0.5 이상이어야 예타를 통과할 수 있다.
부산시는 이 사실을 별도 보도자료나 설명 없이 넘겼고, 얼마 뒤 3월 21일 '부산항선' 구축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당시 발표 현장에는 국민의힘 박수영(남구), 곽규택(서·동구), 조승환(중·영도구) 의원이 나란히 참석했다.
부산항선은 영도구 태종대에서 북항을 거쳐 감만·우암·용호동을 지나 경성대·부경대역까지 이어지는 24.2km 규모의 도시철도 노선이다. 수소트램 방식으로 추진되고 총사업비는 약 7200억 원에 달한다.
박수영 "애초부터 안 되는 사업…절반은 부산항선에 넣었다"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예타 결과를 알고 있었다. 0.3대 B/C로는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륙도선 실증 구간(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에서 용호동 이기대어귀삼거리까지 1.9km)의 절반 이상이 부산항선에 포함돼 있고, 남은 구간은 별도로 연장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박 의원은 "2018년부터 8년을 끌면서 타당성도 안 나오는 걸 억지로 끌고 온 것"이라며, 박재호 전 의원 시절의 사업 기획 자체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400억도 못하면서 7200억은?"…야권, 정치적 판단 의혹 제기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야권 한 관계자는 "오륙도 트램은 이미 국비가 일부 투입된 국토부 R&D 실증사업이고, 약간의 예산 보완만으로도 추진이 가능한 상태였다"며 "이런 상황에서 돌연 7천억 원대의 신규 노선을 발표한 건, 정치적 목적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400억 원 증액은 어렵다면서, 갑자기 7200억 원 규모의 새 사업은 가능하다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책의 일관성보다 당장 치러질 대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노선 교체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시 "무산된 게 아니라 연계 추진"…그러나 의구심은 여전
부산시는 "오륙도선이 단독으로는 경제성이 부족하지만, 부산항선과 연계하면 타당성이 높아진다"며, "실증 구간을 포함하고, 나머지 구간도 연장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남구 일대에서는 여전히 "트램 실현이 더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산항선이 도시철도망 2차 구축계획에 반영되고, 예비타당성 조사가 신청되기까지는 최소 1년이 더 걸릴 전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