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 세계와 통상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5개 국가를 '우선 협상국'으로 지정하면서 한미 간 관세 협상이 다음 주 본격 진행될 예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빠른 협상 타결을 주문하고 있지만, 속도전에 말려들기 보다는 신중한 협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중론입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 대미협상에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행보가 심상치 않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정치부 오수정 기자와 살펴봅니다.
[기자]
외교부에 나와있습니다.
[앵커]
상호관세를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 하루가 다르게 변덕스럽습니다. 우리나라도 당장 다음 주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고요.
[기자]
미국 행정부에서 관세 협상을 이끄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first mover advantage)', 즉 가장 먼저 협상에 나서는 사람이 최고의 합의를 하게 돼 있다면서 선착순 모집을 방불케하는 노골적인 속도전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한국과의 협상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도 밝혔는데요.
이에 따라서 다음 주에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안덕근 산업부장관이 미국을 찾습니다. 경제와 통상 사령탑들이 나란히 미국을 찾으면서 관세협상에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앵커]
생각보다 우리나라와의 관세 협상이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인데, 우리 정부는 어떤 카드를 들고 미국을 방문하게 되는 걸까요?
[기자]
우리 정부가 내세우는 3대 분야는 알래스카 LNG, 조선 협력, 무역균형입니다.
어제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온 최상목 경제부총리 발언 들어보시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조선이라든지 LNG라든지 무역 균형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양 정상이 지금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기반해서 지금 장관급 회의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이 중 알래스카 LNG 개발과 관련해서는 한미 실무자 간 화상회의도 처음으로 열리면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입니다.
[앵커]
조선과 LNG개발 모두 미국이 눈독을 들일만한 카드들이네요. 그런데 미국 행정부의 설명대로 먼저 협상을 하는 국가가 유리한 게 맞습니까?
[기자]
우리보다 먼저 협상에 돌입한 나라를 보면 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유럽연합이 어제 워싱턴에서 미국과 첫 공식 협상을 개시했는데요. 현지 언론에 따르면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논의에 진전은 없었다고 전해집니다. 특히 미국 측이 명확한 협상안을 제시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일은 미국이 일본과 협상을 진행하는데, 일본 정부는 "경솔하게 카드를 내놓아서는 안 된다. 빠르게 협상을 매듭짓는 건 좋지 않다"는 식의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앵커]
선착순으로 협상을 하자면서 정작 자신들의 협상안도 정리하지 못하는 모습이군요. 아직 협상판도 정리가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속전속결로 협상을 밀어붙이는 게 전혀 유리해보이진 않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속도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이 통상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유럽연합과의 협상 과정에서도 보이듯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에 대한 입장이 오락가락하면서 혼선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협상을 한다 한들 언제 다시 입장이 변할지 모른다는 겁니다.
지금 미국이 협상을 서두르는 것도 관세로 정치적 위기를 맞은 트럼프 정부가 비교적 상대하기가 쉬운 우방국을 대상으로 협상에 우위를 점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데요.
이 속도전에 말려들기보다는 미국의 요구사항을 들어보되, 결정은 다음 정부의 몫으로 넘겨야 한다는 의견이 공통적입니다.
[앵커]
지금은 대행체제이기 때문에 중요한 결정은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의견인데요. 요즘 한덕수 대행의 행보를 보면 누구보다 대미협상 속도전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 같아요.
[기자]
한 대행, 미국과 통상대응이 마지막 소임이라고 한 만큼 협상 과정에서 전면에 나서고 있는데요. 특히 지난주에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대외적으로 꾸준히 강조하는 모습입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어떻게 협상을 진행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께 상세히 설명을 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매우 만족해하면서… 필요한 경우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을 통해서 해결점을 만들어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 대행의 광폭행보도 주목받고 있는데요. 어제 광주에 있는 자동차업계에 이어서 오늘은 울산에 있는 조선업계를 찾아 현장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앵커]
지역적으로는 영호남을 이어서 방문하고, 또 현장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정치권에서는 이런 걸 대권행보로 이해하곤 하잖아요?
[기자]
명목상은 관세 영향이 있는 업계의 고충을 듣기 위한 자리라지만, 대선차출론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입니다.
이 때문에 한 대행이 대미 협상을 서둘러 진행하고, 이를 치적으로 대권에 도전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죠. 오수정 기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