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 협상 속도전 요구에 맞춰 한국 경제‧통상 수장들이 다음 주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미국은 빠른 협상에 나선 국가에게 '어드밴티지'가 있을 것이라고 압박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다른 국가들의 협상 상황을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상목‧안덕근 동시 미국 방문…관세협상 속도전16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다음 주 나란히 미국을 방문한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14일(현지시간) '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first mover advantage)', 즉 가장 먼저 협상을 타결해야 최고의 합의를 한다고 재촉하면서 한국도 미국과의 접촉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정부는 관세 최소화를 목표로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당장의 카드는 미국이 필요로 하는 알래스카 LNG 개발과 조선협력, 대미투자 확대 등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전날 국회에서 "조선과 LNG, 무역균형을 포함한 여러 협상 전략과 내용을 짜고 있다"며 "다음 주 정도에 장관급, 그다음에 실무자급들이 만나서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팡파레' 울리고 싶은 트럼프, 많은 것 요구할 수밖에"
협상을 먼저 한 국가에게 '어드밴티지'를 강조한 공언과는 반대로, 미국과의 초기 협상 틀이 미국에 유리하게 설계돼있어 '내줘야 할 것'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선착순 모집을 방불케 하는 협상 속도전에 나선 이유는 중국의 반발과 국내 여론 악화로 출구전략이 필요한 트럼프의 이해관계가 작동한 측면이 크다.
상대적으로 대화가 쉬운 우방국과의 협상을 우위로 마무리한 뒤 이를 토대로 중국을 압박한다는 시나리오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서정건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과의 협상을 빨리 진행해서 팡파레를 울리고 싶어 한다"며 "관세정책을 폈더니 무역 흑자를 거뒀던 나라들이 협상을 해 와서 결과를 냈다고 보여주고 싶은 단계이기 때문에 많은 걸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관세정책에 대해 수시로 말을 바꾸는 트럼프 대통령 스타일을 고려해 협상을 서둘러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빠르게 협상을 매듭지으면 좋다는 방식의 생각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 또한 이 같은 이유다.
서 교수는 "미국은 '관세를 내려줄 테니 다른 것을 내 놓으라'고 할 텐데, 그것을 최소화하는 싸움이기 때문에 '어드밴티지'는 이 게임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협상은 미국의 요구를 '들어보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며 "6월 초가 대선인데 덥석 협상을 끝내버리고 다음 정권에 부담이 되는 결과가 나오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