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추진을 잠정 중단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헌법재판관 논란이 일단락된 데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신 제도 정비를 사유로 헌법재판관 임기연장,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지명 불가능 등 법안을 통과시키며 압박을 이어갔다.
민주 "한덕수 탄핵 추진 유보…사유 분명하지만 인내 중"17일 국회에서는 정부가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8개 법안 재표결 등을 위한 본회의가 열렸다. 이날 본회의에는 민주당이 탄핵소추안 미발의를 이유로 한 차례 보고를 유예했던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또 다시 올라가지 않았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취재진에게 "한덕수 탄핵안은 발의되지 않았다"며 "(탄핵 추진이) 유보된 상태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이 탄핵 의지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 노 원내대변인은 "그런 상황이 오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당의 입장"이라면서도 "추후 다른 사정이나 사유가 생기면 당 차원에서 검토가 새롭게 진행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특히 "탄핵 사유가 분명함에도 유보하는 것은 인내하고 자제를 하는 과정으로 이해해달라"며 "탄핵 사유에 동의하지 않는 의원은 한 분도 안 계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헌재 결정에 탄핵 실효성↓…불필요한 '몸집 키워주기' 우려도민주당이 한 권한대행 탄핵 카드를 뽑아들지 않은 데는 논란이 된 현안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전날인 16일 오후 헌법재판관 9인의 만장일치로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한 권한대행이 지난 8일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행위의 효력은 일시 정지됐다.
앞서 헌재는 국회가 지난 2월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에서도 마은혁 재판관 미임명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노 원내대변인은 "이미 헌재라는 헌법 기관의 공식 결정으로 두 번이나 한 권한대행의 정치 행위에 대해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탄핵 사유는 차고 넘치고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인내하고 스스로 본인의 잘못을, 하자를 치유하길 바라는 과정으로 이해해달라"고 부연했다.
민주당이 최근 한 권한대행 탄핵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데는 자칫 '지나친 정치적 탄압'이라는 프레임에 대한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범보수 진영에서 '빅텐트'를 거론하며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 출마를 권유하는 상황이기에 탄핵이 한 권한대행의 몸집만 키워주는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친명계 중진의원은 "이미 헌재가 한 권한대행의 위헌적 행위에 대해서 제동을 걸었는데, 탄핵까지 하게 되면 역풍이 불 우려가 있다"며 "최근 들어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한덕수 탄핵'에 대한 언급이 쏙 들어갔다"고 말했다.
헌재법 개정으로 '한덕수 압박'은 지속
다만 민주당은 일련의 위헌적 사태에 대한 입법불비를 사유로 관련 법 개정에 나서며 한 권한대행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못하도록 하고, 후임이 임명되지 않은 헌법재판관에 대해서는 임기가 자동으로 연장되도록 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민주당 등 기존 야권의 주도로 처리됐다.
개정안의 대표발의자 중 한 명이자, 법안에 대한 찬성토론자로 나선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내란 대행 한덕수가 지명을 자행한 행위를 아예 법으로 하지 못하게 만들자는 것"이라며 당의 공세 기조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