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 될 수 있으니까."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관람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오는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대통령 집무실이 다시 청와대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날 청와대에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풍경을 눈에 담으려는 시민들을 비롯해 오색빛깔 한복을 차려입고 기념 촬영을 하는 외국인 관광객까지 인파로 활기가 넘쳤다.
함께 동행한 청와대 재단 관계자는 화창한 날씨의 영향으로 관람객 수가 늘었다고 귀띔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청와대 복귀에 대한 관심이 커지긴 했지만, 탄핵 선고의 영향이라고 단정 짓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첫 주말인 지난 5일과 6일 이틀 간 청와대 관람객 수는 1만 6038명에 달했다. 이는 직전 주말인 3월 29일(6164명), 30일(4622명) 관람객 수를 합한 1만786명보다 5252명이 늘어난 수치지만, 지난해 3~4월 기간 주말·휴일 관람객은 이보다 많은 2만 명대로 집계됐다.
청와대로 들어가는 길은 한 마디로 '철통 보안'이다. 관람객은 보안 검색대를 반드시 통과해야 하고, 7만 7천평 규모 곳곳에 보안 요원들이 배치되어 있다. 이들은 관람객이 잔디를 밟는 등 행위를 철저히 통제하며 시설물 훼손 방지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현재 청와대 재단은 본관, 영빈관, 춘추관 등 주요 공간을 개방하고 있다. 특히 본관 내부에 있는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와 국무회의실, 외빈 접견실, 집무실 등 다양한 볼거리가 관람객의 인기를 끌었다. 다만 일부 건물은 차단선을 설치해 관람객의 접근을 막고 있다.
취재진과 만난 관람객 대다수는 윤 전 대통령 파면과 조기 대선을 방문 계기로 꼽았다. 경기도 부천에서 아내와 함께 청와대 나들이를 온 홍모씨는 "(대선이 끝나면) 다시 못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최근 날씨가 안 좋아서 못 했던 벚꽃 구경도 할 겸 오게 됐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7세 아들과 함께 청와대를 관람한 이모씨는 "서울에 볼 일이 있어서 왔는데, 여행 삼아 아이와 함께 청와대에 오게 됐다. 곧 문을 닫을 수도 있어서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관람객들은 대통령 집무실의 위치가 세종으로 거론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을 전했다. 곧 세종으로 이사 갈 계획이라고 밝힌 이씨는 "세종 이전을 반기지만, 인프라를 더 구축해야 할 것 같다. 아직 도시가 작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며 "대통령 임기 한 번으로는 안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홍씨도 "일단 용산에서 집무를 보다가 청와대를 쓰든 세종으로 가든 결정할 것 같다"며 "상징적인 면을 보면 청와대를 쓰는 게 맞지만, 인구 밀집과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세종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서울에 밀집된 인구가 분산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다시 청와대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경기도 고양에서 온 곽모씨는 친구들과 청와대를 둘러본 뒤 "이 좋은 곳을 두고 왜 용산으로 갔는지 모르겠다. 정말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에 대해선 "과연 터가 문제였을까. 오히려 정치 철학이나 이런 게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용산으로 옮기고 터를 탓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주장한 그는 "용산은 국방부와 밀접해 거리를 둘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일단 청와대로 돌아오고, 세종 이전은 장기적인 과제로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 재단은 5월1일부터 6일까지 황금 연휴를 맞아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야간 개방 행사를 진행한다. 이 또한 마지막 청와대 야간 개방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