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만료를 앞두고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부활절연합예배가 열렸다.
해마다 우리 사회 고통 당하는 이웃들과 함께해 온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부활절연합예배'는 올해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함께하는 예배로 드려졌다.
이번 연합예배에선 전세사기 문제는 개인의 부주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정책 실패와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점과 부동산으로 돈벌이하는 사회 질서가 근본적으로 변혁돼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국회 앞에 모인 3백 여명의 그리스도인들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잃은 것은 단지 돈과 집만이 아니"라며 "일상을 잃어버리고 서류와 외로움 속에 싸우는 이들을 붙들어달라"고 함께 기도했다.
이어 "특별법이 연장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과 더 이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여전히 큰 숙제"라며 "무책임한 제도와 불의를 고쳐달라"고 간구했다.
집, 이익의 수단 돼선 안돼…"맘몬 숭배"
설교자로 나선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김성희 교수는 "초대교회에서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신앙 공동체의 터전이었으며, 나그네와 순회 선교사를 환대하는 공간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집은 하나님 나라 백성들이 하나님 나라의 삶을 향유하고 누리기 위한 거룩한 터전"이라며 "집을 부를 늘리기 위한 수단과 대상으로 삼는 것은 '맘몬 숭배', 즉 물질에 대한 우상 숭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도행전의 아나니아와 삽비라 사건에서 보듯, 집과 재산을 속임수의 도구로 삼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큰 죄"라며 "속임수로 타인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상처 주는 일은 큰 죗값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한국 기독교인들은 예수님 곁에서 안식만 찾으려고 하지만,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내 곁에만 머물지 말고, 형제들에게 가서 기쁜 소식을 전하라'고 말씀하셨다"며 "그리스도인들은 절망하는 이웃에게 다가가 연대하고, 그들이 다시 울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법, 형식적 연장 아닌 실질적 제도 개선 필요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예배에 참석해 아픔을 함께 나눴다.
이들은 특히, "특별법 연장 논의 과정에서 올해 5월 31일까지 계약한 세입자에 대해서만 피해자로 인정한다는 조건이 새로 생겨 우려가 크다"며 "피해자 인정 기준이 여전히 협소하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75%가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2,30대 청년들"이라며 "피해는 금전적 손실에 그치지 않고, 충격·분노·자책·공황장애·인간관계 악화 등 정신적·사회적 문제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2025년 3월 기준 공식 피해자가 약 3만 명에 달한다"며 "연이은 피해자 사망 이후 정치권이 특별법을 만들었으나, 피해자 선별이 엄격하고 지원 요건이 까다로워 실질적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강다영 동작 아트하우스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 위원장은 "전세사기 피해는 시스템 전체에 대한 불신을 야기시켜 사회적 신뢰의 붕괴로 이어진다"며 "개인의 불행을 넘어 공동체 파괴, 사회 파편화로 이어지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피해자를 입증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회복되어야 할 존재로 바라보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전세사기 현실 속에서 피해자의 삶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법의 형식적인 연장이 아닌, 제도의 실질적인 응답"이라고 말했다.
'부활의 능력'… 부동산으로 돈벌이하는 사회 질서 변혁 다짐
예배 참가자들은 피해자들의 삶의 회복과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 연대할 것을 다짐했다.
이들은 "부활의 기쁜 소식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지금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것"이라며 "예수의 부활을 기억하고 기념함으로써 고난과 절망에 머무르지 않고,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공의, 사랑과 평화가 울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전세사기 피해 앞에 교회가 오랫동안 침묵하고 무관심했음을 회개한다"며 "우리의 작은 다짐과 연대가 제도를 바꾸고, 정의를 세우는 씨앗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더 나아가 "세입자와 집주인의 공정한 계약 문화 형성, 세입자를 담보로 돈벌이하는 사회 구조의 변혁, 피해자에 대한 연대와 경청,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교회 구성원들이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써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는 다음달 6일까지 '전세사기 특별법 연장과 문제해결 촉구 서명 캠페인'을 진행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국회 국토교통위와 각 정당 대선캠프 및 관계기관에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