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출마 여부가 연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직 확실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미 한 대행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무총리를 하면서 국회에서 야당한테 얼마나 두드려 맞았냐. 그러면서 맷집이 생겼다"며 한 대행을 추켜세웠다.
손 전 대표는 한 대행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 "아직 결심을 못 했다고 보지만 그래도 70~80%까지는 왔다"며 "(한 대행이) 2028년 총선까지 3년만 하겠다, 3년 과도 정부로 개헌하겠다면 도울 자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대행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대통령 후보 국민 추대위원회(추대위)'까지 출범했다. 추대위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의 이념을 바탕으로 우리 안팎에 몰아친 시련과 갈등을 지혜롭게 헤쳐나갈 인물로 한덕수 총리를 국민 후보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에서도 한 대행의 출마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한 대행의 하버드대 후배인 박수영 의원이 한 대행의 출마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려 국민의힘 전체 의원의 절반인 54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와 달리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8년 전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사례를 들며 반발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 전 총장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보수 진영의 대안으로 급부상하며 대선 출마를 했으나 국내 정치 경험, 자금 부족 등으로 출마 시사 20일 만에 낙마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수석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한 대행은) 반기문 때보다 추하게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대행은 반 전 총장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 놓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반 전 총장의 경우 대선 출마 가능성이 언급되자마자 지지율이 20%대로 올랐다. 하지만 한 대행의 지지율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한 대행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공범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공개된 한 대행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인터뷰를 언급하며, 한 대행이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시 한 대행은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말에 "노 코멘트"라며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이에 김 최고위원은 "'노 코멘트'는 영어권 외교가의 표현으로 예스를 솔직하게 얘기 못 할 때 쓰는 표현 아니냐"라며 "국민들이 지금 관심을 갖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명확하게 하는 것이 이게 최소한의 양식이고 도리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한 대행의 대선 출마를 반대했다. 그는 21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내가 아는 한 총리는 사람이 그렇게 비합리적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후보로 나갈 결심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계엄 사태의 한복판에 있는 장본인"이라며 "통상적인 상식으로 생각할 것 같으면 한 총리는 대통령 후보가 될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