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권한대행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기습 지명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 지명 논란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은 "알박기 인사"라며 사퇴를 압박한 반면, 국민의힘은 "무엇이 문제냐"며 되받아쳤다.
이완규 "韓 존중"…법무대행 "행정부 수반으로서"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이 처장은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 '집사 변호사'다. 어떻게 (한 대행은) 이 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해 헌재의 권위를 능멸하느냐"며 이 처장의 후보자 사퇴를 압박했다.
이에 이 처장은 "한 대행이 결정한 것을 존중할 따름"이라며 거부했다. 법사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을 필두로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이 처장을 압박했지만, 이 처장은 사퇴 요구를 거듭 일축했다.
국민의힘에서도 "대통령이 궐위됐을 때 당연히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다 행사할 수 있는 것"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대통령이 궐위가 된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기 만료를 목전에 둔 헌법재판관 2명 후임을 지명하는 것이 뭐가 잘못됐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마은혁 재판관이 처음 지명됐을 때에는 왜 임명하지 않았느냐'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김석우 법무장관 직무대행은 대통령 몫 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대해서는 "행정부 수반으로서 임명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김 대행은 "마 재판관 임명 때와는 (대통령) 궐위 상태로 사정이 변경된 게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탄핵심판이 진행 중일 때는 대통령이 '사고' 상황이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반면 파면된 이후는 '궐위' 상황으로 볼 수 있어 한 대행의 권한 행사 범위가 달라진다는 주장이다.
'사고'의 경우 탄핵재판 결과에 따라 대통령 복귀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대통령의 의중과 다른 결정을 하면 안 되고, 대통령의 의중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가 회동·'尹의 46년 지기' 논란
한 대행의 권한 논란에 이어 이 처장과 윤 전 대통령의 친분과 관련해서도 민주당 측의 파상공세가 펼쳐졌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이 처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구"라며 "대통령의 권한을 가졌는데 왜 불법 비상계엄을 하려고 했는지 (살펴보면) 부인이 포토라인에 서는 것과 명태균 특검법을 막으려고 그리고 노상원 수첩을 보니까 장기집권을 하려고 (한 것 같다)"며 "윤 전 대통령에게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얘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처장은 "제가 법제처장으로서 근무하면서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 조언을 드리지 못했다. 그게 참 저도 아쉽다"고 했다.
이 처장은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검사 임용 모두 동기다. 윤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직무정지 사건 당시 법률대리인을 맡았고, 윤 전 대통령 장모이자 김건희 여사의 모친인 최은순씨의 변호인으로도 활동했다.
민주당은 아울러 안가 회동에 대해서도 추궁했다. 이 처장은 12.3 내란 사태 다음날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함께 윤 전 대통령과 회동했다.
정청래 위원장은 이 처장에게 "기소되면 헌법재판관이 재판받으러 다니는 상황이 될텐데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이 처장은 "절대 기소될 사안이 아니므로 기소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덕수 겨냥 '헌재법 개정안' 통과법사위는 이날 오전 민주당 주도로 대통령 몫 재판관 지명과 관련한 두 건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 또는 직무 정지 등으로 권한을 대행하는 경우 국회에서 선출한 재판관 3명과 대법원장이 지명한 재판관 3명만을 제외하고는 임명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법률에 명문으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효력을 소급할 수 있다고도 정해져 있는 만큼 한 대행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국회가 선출했거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대통령이 7일 이내에 임명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임명한 것으로 간주하는 헌재법 개정안도 이날 법사위 문턱을 넘었다.
이 개정안은 오는 18일 임기(6년) 만료로 퇴임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임기 연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법사위는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 지원 특별법 제정안도 통과시켰다. 특별법에는 12·29 참사 피해자에게 생활지원금과 의료지원금을 지급하고, 15세 미만 희생자에게는 시민안전보험 수준을 고려해 특별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