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9일 갑자기 오세훈 서울시장을 '저격'했다.
서울 강동구 땅꺼짐 사고와 관련한 최근 언론 보도를 가지고 사실상 오 시장을 겨냥한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다.
내용인즉, 서울시가 지난해 각 자치구가 선정한 지반 침하 고위험 지역 50곳을 국토부에 제출했는데 8개 자치구만 고위험 지역을 선정했고, 강동구 등 17곳은 선정조차 하지 않았다, 나머지도 선정해 그 결과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 전 대표의 주장은 사실과 다소 차이가 있다.
그가 말한 50곳은 자치구에서 'GPR 탐사가 필요하다'고 본 도로들로, '고위험 지역'으로 보기도 어렵고, '선정'했다고 볼 수도 없는 곳이다.
장기간 정밀 조사를 통해 확인된 고위험 지역이라면 공개해야겠지만, 짧은 기간 육안으로 봐서 탐사가 필요하다고 본 지역을 공개하면 불필요한 논란만 야기할 공산이 크다.
당시 8개 자치구만 국토부의 요청에 응한 것도 회신 기간이 10일 정도로 아주 짧게 주어진 때문이었다.
이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을 오 시장은 그러나, 한 전 대표의 이날 지적에 '동의한다'며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10일 오전 관련 부서에서 한 대표 지적의 부적절성을 설명했지만, 오 시장은 오히려 대응을 자제시켰다. 다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촘촘한 땅꺼짐 예방 방안을 계획대로 수립하라고만 지시했다.
사실상 한 전 대표의 장황한 페북 글을 '읽씹'한 셈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여지를 막기 위해 무대응 전략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 내부엔 한 전 대표가 오 시장을 공격할 소재로 쓴 것이 야권 성향의 언론 보도라는 점에 대해서도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오 시장이 한 전 대표에게 그리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 않은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례로 한 전 대표가 당 대표시절 오 시장의 연락을 두어 차례 묵살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오 시장의 한 측근은 "오 시장이 한 대표의 인성을 파악할 만한 일이 몇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서는 오 시장이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힌 날 철지난 땅꺼짐 이슈를 가지고 나온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 전 대표의 지지층이 오 시장의 지지층과 겹친다고 생각해서 경쟁자를 상처내기 위한 전술을 택한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오 시장은 그렇게 (지지층이 겹친다고) 안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