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발효 13시간 만에 중국에 제외한 모든 국가에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전격 발표했습니다.
상호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대미 투자 등을 한데 묶은 패키지딜 압박을 받던 우리로선 일단 한숨을 돌리고 협상에 나설 시간을 벌게 됐습니다. 국제부 백담 기자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상호관세가 발효된 지 딱 13시간 만이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9일 오후 1시 자신의 SNS를 통해 상호관세를 90일 간 유예하겠다고 전격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전만 해도 관세를 유예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에 '가짜뉴스'라고 반응했었는데요, 이를 전격적으로 뒤집으면서 "유연성 있는 결정"이라고 자평했습니다.
이로써 앞으로 90일 동안은 세계 각국에 기본 관세 10%만 일괄적으로 부과됩니다. 다만 중국은 미국에 보복했다는 이유로 무려 125% 관세를 매기겠다며 더 큰 보복을 시사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어느 한쪽이 항복을 선언해야 끝나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데요. 이 내용은 베이징 임진수 특파원의 보도 듣고 오시겠습니다.
[베이징 임진수 기자]
미국이 어제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4%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자 중국도 보복에 나섰습니다.
중국은 어제 저녁 미국산 수입품에 84%의 추가 관세를 오늘부터 부과하겠다고 전격 발표했습니다.
미국이 부과한 상호관세율 84%와 같은 관세율을 매겨 미국과의 전면전을 공식화한겁니다. 이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곧바로 중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104%에 125%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양측 모두 상대방의 대응에 따라 관세율을 계속 올리며 치킨게임에 돌입한 겁니다. 중국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입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미국이 중국과 국제사회의 이익을 무시하고 관세전쟁이나 무역전쟁을 고집한다면 중국은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리창 국무원 총리도 불확실성에 대응할 준비를 마쳤다면서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세계무역기구, WTO는 극단으로 치닫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양국간 상품 교역이 최대 80%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베이징에서 CBS 뉴스 임진수입니다.
[앵커]
불똥이 중국으로 튀는 사이 다른 국가들은 일단 한숨 돌리게 된 모양새네요. 우리 정부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박 2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 중인데요. 우리 시간으로 오늘 아침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의 상호 관세 유예 조치를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지속해 우리 업계에 미칠 영향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여지가 확보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정 본부장은 중국에 대한 125% 관세로 우리 기업의 대중 수출이나 제 3국 수출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일종의 풍선 효과인데, 미중간의 관세 전쟁으로 서로 수출입이 줄어드는 대신 이 상품들이 제3국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우리 기업들의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정 본부장은 방미 기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 등을 만났는데요. 그는 "한덕수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간 통화를 통해 논의를 이어가기 위한 우호적 모멘텀이 형성되고 협상을 위한 큰 틀이 마련됐다"고 성과를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는 오늘 오후 '범정부 국내대응 TF(태스크포스)' 첫 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찾기로 했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도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앞으로 90일 동안 모든 협상에 진전을 보여서 관세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더욱더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앵커]
이처럼 90일의 시간을 벌긴 했지만 리더십 공백 상황에서 앞으로 협상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과 상호관세, 또 무역 이슈를 포괄적으로 협상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는 기본적으로 경제와 안보 사안은 별개라는 입장이지만 미국의 압박에 따라 협상의 판이 더 커지고 복잡성도 증대될 우려가 큰 상황입니다.
현재로선 안보와 경제, 산업을 연계하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상대하며 시간을 끌다가 6월 3일 대선에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이 패키지 딜을 도출하는 시나리오 등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이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에 나섰다가 바로 철회한 셈인데요, 금융시장도 요동을 쳤죠?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유예를 발표하는 동시에 금융시장의 우려를 인식한 듯한 발언도 했는데요. 그는 "국채 시장을 보고 있었는데 어젯밤에 보니 사람들이 좀 불안해하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사람들이 좀 불안해하고 동요하는 분위기였어요. 약간 겁을 먹고 , 긴장된 반응 같기도 했습니다."
실제 어제 급락했던 미국 뉴욕증시는 폭등했습니다. 3대 지수인 다우존스30은 7.87%, S&P 500지수는 9.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2% 넘게 오른 채 장을 마쳤습니다.
우리나라 코스피도 6.60% 올랐고, 코스닥도 5.97% 급등했는데요. 두 시장에서는 장 초반 폭주하는 주문에 매수가 일시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