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국회와 정부를 향해 의료정상화를 위한 대화 테이블을 만들자고 제안한 데 대해 국회가 화답하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의정갈등이 새 국면을 맞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정부는 이런 제안에 응하지 않고, 계획대로 의료개혁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어서 당장 논의가 진척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의협, 논의 기구 첫 공식 제안…복지위 "공론화 기구 만들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주민 위원장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대화' 토론회에서 "국회 차원의 공론화 기구를 만들자는 제안을 다시 한번 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대한의사협회·정부·국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는 지난 8일 의협이 정부와 국회를 향해 제안한 '대화 테이블'에 대한 응답이다. 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당시 "정부와 국회에 의료정상화를 위한 의료계의 제안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2월 정부가 갑작스럽게 의과대학 정원 2천명 증원을 발표한 이후 의협이 정부와 국회를 향해 공식적인 논의 기구 구성을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이번 제안에는 의정갈등의 핵심 당사자인 의대생과 전공의가 직접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전임 의협 집행부는 의대생과 전공의의 신뢰를 얻지 못해 논의 기구 구성을 제안하기 어려웠다.
의협 부회장이기도 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토론회가 끝난 뒤 "모든 (논의를) 가로막고 있던 윤석열 대통령이 사라졌으니까 양쪽(정부와 의료계)이 대화할 수 있는 여지는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는 의대생 단체 대표인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비대위원장도 참석했다.
의협도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것을 계기로, 복귀하지 않으며 대화를 거부하던 의대생과 전공의도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의협이 모처럼 대화 테이블을 구성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국회에서 긍정적으로 화답하면서 의정 간 대화 가능성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반면 의협의 또 다른 요구인 '2026학년도 의대 정원 3058명 확정'은 의정 대화의 여지를 좁히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앞서 의협은 대화 테이블 구성과 동시에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확정해 불확실성을 제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의대생들이 대부분 복학했지만 수업에는 참여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일면서 대규모 제적이 현실화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연세대·성균관대·가톨릭대·울산대·고려대 학생 대표들은 지난 9일 "투쟁을 지속한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의협은 의대생 최소 수백명이 제적 및 유급 위기에 처했다고 파악했다.
앞서 교육부는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3058명으로 확정하려면 의대생 전원 복귀와 더불어 의대 교육이 가능할 정도로 수업에도 참여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대로 의대생 수업 거부가 지속되면 각 대학은 학칙에 따라 제적 또는 유급 조치하게 된다.
정부, 대화테이블 관련 "아직 진전 없어"…'의개특위' 계속 간다대화 테이블의 나머지 한쪽인 정부는 응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날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처음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를 통해 마련한 의료개혁 실행 과제들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의협이 대화 테이블 구성과 함께 향후 의료개혁과제는 의개특위가 아닌 지속가능한 논의체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을 정부가 일축한 것으로 해석된다.
복지부 정호원 대변인은 정례 백브리핑에서 "중대본 회의에서 (대화 테이블 제안과 관련해) 논의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화 테이블 제안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진전된 부분에 대해서는 담당하는 실·국의 입장을 듣지 못했다"며 "우선 급선무는 2026학년도 의대 증원 모집 정원 결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의료계는 정부의 응답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대화 테이블 구성과 관련해) 결정권자가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의협이 의개특위를 멈추라고 요청했지만, 이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대화 테이블을 만들 수 없다는 식의 전제조건을 단 적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