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미중 관세전쟁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본격화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특히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이 급락했는데요. 반대로 '안전자산'인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이상 현상이 발생해 중국이 보복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자세한 소식을 경제부 장성주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장 기자.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미국채 금리가 급등한 게 이상 현상인 이유부터 짚어주시죠.
[기자]
네. 지금은 90일 유예됐지만, 지난주 상황을 돌아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2일 우리나라 25%를 비롯해 전 세계에 강력한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물가가 오르고 기업의 실적이 나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기침체가 올 것이란 우려가 강해지면서 미국 나스닥이 20% 가까이 하락하는 등 전 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을 빠져나온 유동성은 안전자산인 국채로 이동하기 때문에 수요가 늘어난 국채 가격은 상승하겠죠. 그러면 이자율이라고 할 수 있는 국채 금리는 낮아집니다. 실제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27일 4.36%에서 지난 4일 3.999%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번주 들어 주식시장은 계속 하락하는데 미국채 금리도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가격이 동시에 하락한 이상 현상이 나타난 것이죠.
[앵커]
7일은 미국과 중국의 강대강 대치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날이죠.
[기자]
네. 이날은 미국의 관세부과에 따라 중국이 34%의 보복관세를 부과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50%의 관세를 추가하겠다"고 중국을 압박한 날입니다.
다음날인 8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중국에 관세를 추가해 관세율을 104%로 끌어올렸고, 중국은 다시 "끝까지 맞서겠다"고 맞불을 놨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3.999%에서 7일 4.2%로 올랐고 9일 한때 4.5%까지 불과 3거래일만에 0.3%p 치솟았습니다. 보통 기준금리 변화폭이 0.25%p니까 0.3%p는 엄청 큰 변동폭입니다.
일각에선 중국이 관세보복 조치로 미국채를 매도했을 수 있다고 의심했습니다. 미국채를 매도하면 달러 가치가 떨어지니까 기축통화로써 달러 패권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유력한 중국의 보복조치로 거론돼 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중국이 나선 것인지 확인되진 않지만, 시장은 그 가능성만으로도 투자심리를 자극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장은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가 상승에 베팅한 롱 포지션이 청산 위기에 빠지자 헤지펀드가 미국채를 대규모로 매도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관세를 90일 동안 유예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자]
네. 이렇게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미국 정부가 부담해야 할 이자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또 변동금리가 대부분인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미국 가계 부담도 커지게 됩니다.
이에 따라 보편관세 10%만 적용하고, 나머지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면서 협상에 나서겠다고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중국에 대한 관세는 기존에 알려진 125%가 아니라 145%라고 못 박았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는 오는 6월 3일 대통령 선거까지 53일 남았으니까 일단 한숨 돌릴 수 있겠네요.
[기자]
정말 중요한 부분을 짚어주셨는데요. 차기 대통령은 취임 후 우리나라 경제의 분수령이 될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한 달 넘게 할 시간이 있습니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도 준비된 대통령이 절실한 상황이고요.
따라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제한적인 역할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대 경제학과 박상인 교수]
미국이 원하는 거를 빨리 들어주는 식으로 해서 뭔가 업적을 남기는 것 같이 하려고 한다면 그거는 정말 최악의 최악의 경우가 되는 거죠
한 대행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대선 출마 의향에 대해 '고민 중이고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 큰 양보를 받아내 치적으로 삼으려고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 대행이 성과를 내기 위해 협상을 서둘러서는 안 되고,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