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남·경북 대형산불을 계기로 정부가 '초고속 산불'에 대비한 주민 대피체계 개선책을 내놨다.
불길이 8시간 안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면 취약계층을 사전 대피시키고, 5시간 내에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면 모든 주민을 즉시 대피시킨다는 것이 핵심이다.
행정안전부는 16일 이런 내용의 초고속 산불 대비 주민대피 체계 개선 방안을 관계기관과 함께 발표했다.
우선 산림청의 산불확산예측시스템을 주민 대피에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산림청이 발화지점에서 기상, 지형, 연료인자를 고려해 산불의 방향과 강도를 분석하면 지자체가 이 시스템에서 도출한 위험구역 정보를 토대로 현실적인 대피 범위를 설정하고 대피명령을 내리는 방식으로 대피체계가 개선된다.
현재도 지자체 담당자들이 산불확산예측시스템을 구동해 산불 진화나 주민 대피명령에 참고할 수 있지만 활용도가 높지 않았다. 경남·경북 산불 당시에도 불길이 커져 화선 파악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자, 지자체는 예측시스템이 아닌 자체 판단에 따라 주민 대피명령을 내렸다.
산불예측시스템이 평균 풍속만 반영해 정확도가 떨어졌던 점을 고려해 앞으로는 최대순간풍속도 함께 반영하기로 했다.
화선이 5시간 이내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는 지역은 지자체에서 '위험구역'으로 판단하고 주민들을 즉시 대피시킨다.
8시간 이내 도달이 예상되면 '잠재적 위험구역'으로 보고 대피 준비를 실시한다. 기상 악화로 헬기나 드론을 띄우지 못해 화선 파악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풍속이 시간당 8.2㎞(최대순간풍속 27.6㎧)였던 이번 경북 산불 사례를 적용해 보수적으로 위험 구역을 설정한다.
또 인근에 산불이 발생한 상황에서 최대순간풍속이 20㎧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지자체는 기존의 마을 단위 대피 계획을 넘어 읍·면·동 또는 시·군·구까지 대피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운다.
산불확산예측시스템을 참고해 요양원, 장애인 시설과 같은 취약시설은 사전 대피하고, 야간 중 산불 확산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일몰 전까지 사전 대피를 완료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대피 단계는 ▲준비 ▲실행 대기 ▲즉시 실행 크게 3단계로 나눠 가동한다. 준비 단계는 인근 지역에 산불이 발생해 이동에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행 대기 단계는 산불이 8시간 이내에 접근할 수 있는 상황으로, 행동요령과 재난 정보를 확인하며 대피 준비를 하고 취약계층은 사전 대피를 실시하는 단계다.
즉시 실행 단계는 산불이 5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상황으로, 모든 주민이 지체 없이 대피해야 한다.
재난 상황을 전파할 때는 재난문자 외에도 마을방송, 자동음성통보, 전화 등을 활용하고 전기와 통신망이 동시에 단절된 경우에는 민방공 경보 단말을, 상황이 긴급한 경우에는 마을순찰대 같은 인적 수단도 동원한다.
고령자, 장애인 등 자력 대피가 어려운 주민에게는 버스 등 교통편을 제공하고 대피를 도울 인력을 제공한다.
행안부는 주민 대피 가이드라인을 국민행동요령과 함께 배포하고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