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내년도 의과대학 모집 정원을 증원하기 전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결정한 가운데 이날 법원에서는 5년간 의대 입학정원 2천 명을 증원하겠다는 조처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 재판이 진행됐다.
의과대학생과 의학전문대학원생 측은 "비상계엄 이후 의대 증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진행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으며 정부 측은 "의대생들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은 만큼 각하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진현섭 부장판사)는 이날 전국 40개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를 상대로 낸 입학정원 증원 처분 취소소송의 첫 변론을 열었다.
원고인 의대생과 의전원 학생들의 소송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는 정부가 어떠한 협의도 거치지 않고 증원을 결정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작년 12월 3일 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증원을 결정했다는 게 새로이 밝혀졌다"며 "과학적 근거가 없는 조치로 억울하게 죽어 나가는 초과 사망자가 1년에 6천 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원고 측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이미 이뤄져 소송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내년도 등 이후 증원에 대한 취소를 구하는 쪽으로 청구 취지를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복지부 장관의 증원 발표는 행정처분이 아니며 의대생들에게 소송 당사자로서 원고 적격이 없어 소송이 각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측 대리인은 "원고들은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하지만, 교육받을 권리가 형해화될 정도로 증원 규모가 크지 않아서 본질적인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측은 원고 중 증원이 이뤄지지 않은 대학의 학생들도 포함돼 있는 만큼 다른 대학의 증원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것인지 확인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내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 규모인 3058명으로 정부가 발표하는 것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정부 측에 묻기도 했다. 이에 정부 대리인은 "정원을 감축하거나 변경하는 건 아니고 2026학년도에 한해 모집인원을 정하는 별개의 조치"라며 "정원과 모집인원은 구별된다"고 말했다. 원고 측은 "정원과 모집인원이 분리되느냐"고 정부 측에 되묻기도 했다.
의대생 1만 3천여 명이 각 4천여명씩 3건으로 나눠 소송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이날은 소송 2건에 대한 변론을 같은 재판부가 연이어 진행했다. 해당 사건의 2차 변론기일은 오는 5월 22일 오전으로 정해졌다.
앞서 의대 교수협의회와 전공의·의대생·수험생들은 의대정원 증원 결정을 무효로 해달라며 취소 소송과 함께 결정 효력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법원은 집행정지 사건을 기각하면서도 의대생들은 신청인의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작년 2월 복지부는 2025학년도부터 전국 의대 입학정원을 3058명에서 2천 명 증원한 5058명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고, 교육부는 각 대학으로부터 의대 입학정원 증원 신청을 받아 2025학년도 전체 의대 입학정원을 2천 명 증원해 대학별로 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