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후 9년여 만에 한국 국적 대중가수가 중국 공연무대에 서면서 한한령(한류 금지령) 해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7일 베이징 외교가에 따르면 한국 3인조 래퍼 '호미들'이 지난 12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봄 투어 '형제들' 첫 공연을 개최했다.
또 같은날 중국 남부 하이난성에서 열린 제주도와 하이난성 자매결연 30주년 기념 행사에 한국 트로트 가수 윤수현이 무대에 올랐다.
2016년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중국 당국이 한한령을 발동한 이후 9년 만에 한국 대중가수가 중국 공연무대에 선 것이다.
한한령 발동 이후 한국 대중 가수의 공연과 연예인의 TV 출연, 그리고 한국 영화·드라마·예능 등 각종 문화콘텐츠의 중국내 유통이 제한돼 왔다.
실제로 지난해 7월에는 한국 인디밴드 '세이수미'의 베이징 소규모 공연이 예정돼 있었지만, 개최 3주를 앞두고 공연이 무산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과 올해 1월 한국 인디 가수 '검정치마'(미국 국적)가 산시성 시안 등에서 공연을 열기도 했지만, 검정치마가 미국 국적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을 전후해 중국 당국이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오는 10월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년 만에 한국을 찾은 가능성이 높아지며 선물보따리로 한한령 해제를 내놓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지난 2월 중국을 방문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시 주석을 만나 "한국에서는 중국의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문화콘텐츠를 자유롭게 누리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한국 관련 문화콘텐츠를 찾기 어렵다"며 사실상 한한령 해제를 요청했다.
이에 시 주석은 "문화교류는 양국교류의 굉장히 매력적인 부분으로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우리는 좋은 문화교류에 대해 열려있고 각계각층의 한중간 교류가 더 잘 이루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