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의 김모씨는 아들(32세)과 단둘이 살고 있다. 아들은 가정사로 인한 마음의 상처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방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채 20년 가까이 은둔생활을 해 온 셈이다.
'집콕'만 하고 있는 아들의 처지를 보며 안타까워하던 김씨는 구청에서 은둔생활자들을 돕는다는 말을 듣고 구청에 도움을 청했다. 관악구 희망복지팀은 전문가들과 함께 고립된 김씨 가정에 조심스럽게 개입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이 처음 집을 방문했을 때 30대가 된 아들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외부인들을 경계했다. 이렇게 매주 김씨 가정을 방문하던 외부인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아들과 눈을 마주치고, 아들로부터 말도 이끌어냈다. 그리고 마침내 아들을 골목 외출로 이끌어낼 수 있었다.
아들은 현재 관악구에서 마련한 요리교실, 장보기활동, 힐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평범한 일상으로 회복중이다. 김씨 역시 가족 자조모임, 부모교육에 참여하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들을 돕고 있다.
관악구는 전체 가구의 63%가 1인 가구라는 통계가 보여주듯 외로움이 곳곳에 박혀있는 고독의 도시다. 그러다 보니 은둔 문제를 호소하는 주민들도 많다.
그래서 관악구청은 '외로움 없는 공동체' 건설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고위험 고립가구를 집중관리하고 위기가구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마음 편의점'이라는 장소 제공이다. 외로운 사람들은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기 쉽다는 점에 착안해 돈 쓰는 부담감 없이도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공간이다.
'마음 편의점'에서는 라면 등 간편식이 무료로 제공되며, 말을 섞고 심리 지원도 받을 수 있는 멘토들과의 만남도 상시 준비돼 있다. 간편식은 대상(주), 풀무원식품(주)으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특히 사회적 단절을 겪고 있는 청년층을 위해서는 마음회복, 관계회복, 일상 회복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 밖에 치유농업과 아로마테라피 체험을 제공해 마음 건강을 증진하는 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다.
"하루에 15개 담배를 피우는 것과 같은 외로움을 극복해 따뜻하고 건강한 도시를 만들자"는 박준희 구청장의 복지 드라이브 덕분이다.
서울시 역시 지난해 '외없서(외로움 없는 서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다산콜센터(☎02-120) 외로움 상담전화다. 전화 후 음성 안내에 따라 5번(외로움안녕)을 누르면 상담사와 연결된다.
관련 자격을 갖춘 전문 상담원 14명이 24시간 교대로 근무하며, 365일 대화를 원하는 시민의과 가벼운 전화 상담을 통한 정서적 지지를 제공한다.
전화 통화가 어렵거나 전화를 선호하지 않는 시민을 위해서는 '외로움챗봇'도 별도 운영중이다.
한 번의 대화로 필요로 하는 도움을 파악하기 어렵거나, 복합적인 욕구가 있는 시민은 외로움 전담 조직인 '고립예방센터' 내 담당 인력(사회복지사 4명)이 나서 지원한다.
지속적인 대화를 원하는 시민을 위해 조직된 '외로움돌봄동행단' 20명도 추가로 활동중이다.
관악구의 '마음 편의점'도 관악구의 제안을 받아 서울시가 4곳(관악, 강북, 도봉, 동대문)에 조성한 공간이다.
서울시의 지원으로 강북구도 외로움을 경험중인 중장년세대를 위한 재취업 준비 교실을 운영중이다. 또 인문학 교실과 소규모 모임, 1대 1 마음건강상담(마음해우소) 등도 운영중이다.
동대문구의 경우는 중장년 고립위기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요리, 운동, 영화감상 등 커뮤니티를 운영중이다.
도봉구도 고립 위기 1인 가구가 참여할 수 있는 여가 놀이 소모임을 통해 활력을 제공하고 있다.
윤종장 서울시 복지실장은 "외로움도 처방이 필요하다"며 "외로움을 느끼는 서울시민의 외로움이 해소되도록 필요한 서비스를 촘촘히 강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