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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정치의 ABC 잊은 국민의힘

내란→탄핵→조기대선 국면에서도 시대정신 망각

역대 대선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선거 중 하나로 꼽히는 2002년 제16대 대선. 선거를  꼭 1년 앞두고 지지율 1.6%(한국갤럽)에 불과했던 노무현 후보는 경쟁자인 이인제-정몽준 후보를 차례로 꺾은 뒤 마침내 이회창 대세론까지 허물며 대권을 거머쥔다. 당시 한나라당 중진이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선거가 끝나고 인상깊은 말을 남겼다. "우리는 노무현한테 진 것이 아니라 시대정신에 졌다."
 
역대 대선의 승패는 대부분 시대정신에서 갈렸다. 1997년 대선에서 국민들은 '환난위기 극복과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시대정신을 앞세워 '준비된 대통령'을 외친 DJ의 손을 들어줬다. 2002년 대선은 '변화와 개혁, 반칙없는 사회'가, 2007년 대선은 집값상승에 대한 반작용으로 '경제대통령'이, 그리고 촛불혁명 직후 치러진 2017년 대선은 근본적 개혁 요구를 담아 '탄핵심판'이 시대정신이 됐다. 그로부터 8년, 이번 대선을 관통하는 시대정신도 탄핵에 따른 '내란종식'과 '헌정질서 회복'에 모아진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불법계엄 선포로 헌정질서를 어지럽혔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큰 선거를 앞둔 정당이나 대권을 꿈꾸는 후보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는 일이다. 평소 민심을 읽고 반영하는 것 만큼이나 정치의 ABC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직후부터 지금까지 드러난 국민의힘의 행태는 과연 이 당이 수권정당이 맞는 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국회가 계엄군에 짓밟혔는데도 소속의원 대다수가 비상계엄 해제요구결의안 표결에 불참하더니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막겠다며 의원 44명이 한남동 관저 앞에서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헌법재판소의 선고를 앞두고는 의원 82명이 탄핵심판 각하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12.3 계엄의 밤이 온 국민에게 낱낱이 중계방송됐듯이, 윤석열을 비호하고 대통령직에 복귀시키려 한 국민의힘과 엘리트관료들의 행태도 지난 4개월 간 생중계됐다.
 
이해하기 힘든 건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대선이 확정된 뒤에도  국민의힘과 친윤세력들은 여전히 시대정신에 무감각하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임기 내내 용산출장소를 자처하고 내란사태 이후에도 민주정당의 역할을 망각하더니 대선국면에서도 결국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한 채 후보 경선과정에 돌입했다.
 
윤석열과 절연하지 못한 반탄 후보들이 유권자에게 표를 구하는 것도 상식에 반한다. 국민들은 친위쿠데타를 일으킨 내란세력과 이를 묵인, 방조, 조력한 검찰과 일부 판사, 엘리트 관료, 정치권력 등 내란동조 카르텔의 퇴행을 목격했다. 탄핵의 강은 그들이 유권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최소한의 장애물이다.
 
내란극복 없이는 반이재명 빅텐트니 보수단일화니 하는 어떠한 정치공학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마찬가지로 안티(Anti-)가 시대정신을 이기기는 힘들 것이다. '반이재명' 구호처럼 반대가 유일한 집권 명분이라면 중도층의 호응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한덕수 차출론이나 윤석열 이름을 내건 신당 추진은 정치IQ가 의심스러운 코미디에 가깝다. 국민이 대통령을 파면했는데, 쫓겨난 정부의 총리가 선거에서 표를 구하는 것 자체가 망상이요 민심의 역린을 거스르는 일이다. 특히 한덕수 차출론은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당 경선의 이미지를 2류로 전락시켰다. 한덕수 대행은 이제라도 당장 간보기를 멈추고 불출마 여부를 분명하게 밝히는 게 마땅하다.
 
내란세력 절연하고 건강한 보수로 환골탈태해야
 
지난 10년간 선거 결과로 볼 때 보수정당은 사형선고를 받기 일보직전에 내몰렸다. 만일 국민의힘이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보수진영은 2016년부터 지금까지 치러지는 7차례 전국단위 선거에서 6번 패배하는 기록을 쌓게 된다. 그나마 승리를 안겨줬던 2022년 대선조차 윤석열 정부의 불명예 하차로 귀결됐다. 이대로라면 정권 10년 주기설은 고사하고 보수층의 집권이 영영 어려워질 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대선을 40여일 앞둔 국민의힘은 보수세력의 기반 자체가 허물어지는 걸 걱정하는 게 급선무다. 내란과 대통령 파면과 같은 현대사에 굵은 획을 긋게 될 대사건이 벌어졌는데도 아무일 없다는 듯 선거에 임하는 건 시대정신에 맞지 않다.
 
늦었더라도 탄핵 정권을 창출한 원죄에 대해 사죄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하는 게 상식에 부합한다. 보수재건을 위한 환골탈태도 시급하다. 극우의 찌든 때로 인해 고쳐쓰기 힘들다면 건강하고 새로운 보수에 길을 터주는 것도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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