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정보활동 기본지침' 일부를 공개하라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국가보안법상 특수잠입·탈출 등 혐의로 재판 중인 박모씨가 국정원장을 상대로 낸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지난달 확정했다.
박씨는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아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충북동지회' 일원이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만나 금품을 수수하고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것"이라며 징역 14년을 선고했고, 2심은 진행 중이다.
박씨는 1심 재판을 받는 가운데 국정원 정보활동 기본지침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수사 절차의 적법성을 확인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국정원에서 공개를 거부했다. 정보활동 기본지침은 국정원 직무수행의 원칙과 범위, 절차 등을 규정한 문건으로, 총 12개 조항이 있다.
1심 법원은 7조를 제외한 11개 조항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는데, 2심 법원은 6조·7조·11조를 뺀 9개 조항을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6조는 국가안보를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자에 대한 대응조치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했고, 7조는 정보활동 절차를 규정했으며, 11조는 정보활동 수행의 원칙과 국정원 직원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을 시의 조치 등에 관한 것이라고 알려졌다.
2심 재판부는 해당 조항을 제외한 정보활동의 목표, 정치적 중립 의무, 불법행위 금지 등 원칙적인 내용이나 내부 행정 절차 규정 등을 공개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에서 이같은 판단을 확정했다.
박씨를 제외한 충북동지회 위원장 등 간부 3인은 지난달 13일 대법원에서 징역 2~5년이 확정됐다. 범죄단체조직·간첩 협의 등은 무죄가 선고됐으나, 국가보안법상 특수잠입·탈출 및 회합·통신 등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