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을 증원 전 규모로 확정했으나 당장 의료대란 해결 전망은 어둡다. 의료대란의 핵심인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복귀가 과제로 남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히려 정부에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며 강경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7일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 규모인 3058명으로 확정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정부는 지난달 7일 의대생 전원 복귀 및 의대 교육 정상화 수준의 수업 참여율 등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의대생 수업 참여율이 20%대로 저조한 상황에서 끝내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동결하면서 백기를 들었다.
정부는 올해마저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향후 의대 교육을 되돌릴 수 없다는 판단하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내년에 자칫 24·25·26학번이 동시에 교육을 받는 '트리플링' 문제가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모집인원 동결…의대생 복귀는? "못하겠다 늘어"
결국 최대 과제는 의대생들의 복귀 여부다.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개최한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에 참석해 교육을 받지 못 하겠다는 학생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대학) 총장들이 무작정 짓겠다는 건물에 맞춰서 학생들을 증원하겠다는 것은 의료 시스템이나 현장에 대한 목소리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그릇된 정책으로 오히려 수련을 못하겠다는 학생들만 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동결 발표 이후 공식 입장을 내지 않던 의대생 단체의 첫 입장이다. 의대생 단체는 정부의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동결에도 반응하지 않고 수업 거부 투쟁을 이어가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학 측은 의대생들이 이번 달 안에 복귀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양오봉 의대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의총협) 공동회장(전북대 총장)도 난 17일 정부 브리핑에서 "4월 말 안에 많은 학생들이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트리플링'(3개 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받는 것)은 걱정할 것이 없다"며 "상담을 통해서 4월 안에 학생들 50% 이상 충분히 돌아올 것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전공의 복귀 여부도 또 다른 과제로 남았다. 지난해 2월 의대 증원 등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해 수련병원을 나온 전공의들 절반 이상은 수련병원이 아닌 종합병원 등 의료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협 부회장)은 전날 전국의사궐기대회에서 "정부는 왜 정책 실패와 예산 낭비를 인정하지 않느냐"며 "국민의 생명을 위한다면 임기가 끝날 때까지 적극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절차를 지키지 않은 건 정부"라며 "우리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느냐. 젊은 의사와 학생들의 목소리를 한 번 더 들어달라"고 덧붙였다.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는 통상 7~8월에 진행되는 하반기 모집에 달려있다. 현재로서 정부는 하반기 모집 이전에 추가 모집을 진행할 계획은 없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내년 의대 모집인원 동결 결정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의대생 복귀 상황을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3년 차 사직 전공의 A씨는 "가장 큰 핵심 문제였던 의대 증원을 정부가 일단락한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며 "의대생들이 많이 복귀하거나 의정 관계가 풀리면 아무래도 복귀하는데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의 (수련병원) 복귀는 각자의 판단에 달린 것 같다"며 "아직도 사법 리스크 등으로 힘든 (응급의학과 등) 쪽은 아예 돌아올 마음이 없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의대 증원뿐 아니라 필수의료 패키지 등 정부의 의료정책 전반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만큼 당장 대규모 복귀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원' 아닌 '모집인원' 줄여…추계위 놓고 2차 갈등 우려도
정부가 내년에 한해 의대 '정원'이 아닌 '모집인원'을 줄였다는 점도 향후 갈등의 씨앗으로 남았다. 정부는 현재 법적으로 의대 정원은 2천 명이 증원된 5058명이라는 입장이지만, 의료계에서는 의대 정원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7일 "의대는 여전히 2천 명이 증원된 상태"라며 "지금 학사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해법으로 2026학년도에 한해서 모집인원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2027년도 이후 의대 정원을 결정하는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둘러싸고도 향후 의정갈등이 재발할 우려도 있다. 추계위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15명 이내 전문가로 꾸려지는데, 과반은 의료공급자 단체가 추천하는 사람으로 채워진다.
하지만 의협은 추계위 심의를 바탕으로 결국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한다는 점을 들어 반발하면서 추계위 구성조차 난항을 겪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