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농약살포기를 화염방사기 삼아 서울 한복판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숨진 방화 사건 피의자 부검을 22일 실시한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 현장에 대한 합동감식도 오전부터 진행한다.
경찰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피의자인 60대 남성 A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오전 11시부터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 화재 현장에 대한 합동감식도 진행해 불이 난 경위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불이 난 아파트 4층 복도에서 숨진 채 발견된 60대 남성 A씨를 방화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 아파트 401호와 404호에 살던 70~80대 여성 2명은 전신화상을 입고 추락해 병원에 옮겨진 상태다. 두 사람은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외에도 4명이 호흡곤란·연기흡입 등 가벼운 부상을 입어 총 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숨진 A씨의 방화 동기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A씨는 작년 11월까지 본인이 불을 지른 아파트 3층에 살았는데, 거주 당시 바로 위층인 401호 주민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401호 주민 가족과 쌍방폭행까지 벌어져 경찰이 출동했지만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면서 형사처벌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다는 이웃들의 증언도 적지 않다. 한 아파트 주민은 "그 사람(A씨)과 오다가다 마주친 적이 있는데, 시비를 걸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도 "원래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시비를 걸고,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한편 A씨는 화재 아파트 인근 다세대 주택에서 어머니와 둘이 살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자택에서는 '엄마 미안하다. 이 돈은 병원비에 써'라는 내용의 유서와 현금 5만 원이 발견됐다. 이로 인해 A씨가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경찰은 관계자 진술, CCTV 분석 등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신질환 병력 여부와 기초생활수급 대상 여부 등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