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들을 강제로 수용해 노역 생활을 하게 한 '서울시립아동보호소 인권침해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다.
23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전날 열린 106차 위원회에서 '서울시립아동보호소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인 한모씨 등 19명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서울시립아동보호소'는 1958년 서울특별시가 세워 운영한 부랑아 보호시설로, 거리에서 단속된 아동들을 경기도 선감학원, 부산 영화숙 등 전국적인 수용 시설로 전원하는 거점 역할을 해왔다.
피해자들은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이 단속으로 잡혀 들어가 이곳에서 감금당하며 강제 노역 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입소한 아동들의 대부분은 7세에서 13세 사이로, 초등학생 연령대의 아동들이었다.
심지어 일부는 급식이 부족해 땅강아지와 매미, 쥐까지 잡아먹었다고 진술했다. 보호소 내에서 피부·안과 질환을 포함해 장티푸스와 결핵 등 각종 감염병도 돌았는데, 제대로 된 의료 조치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과정에서 확보된 '서울시립아동보호소 부랑아·수용아 접수대장'(1953년~1975년)에는 약 12만 명의 아동이 기록돼있었다. 진실화해위는 "이 가운데 19명 만이 진실규명을 신청해 이번 결정에 포함됐으며, 이는 국가 기록에 존재하면서도 아직까지 진실을 말할 기회를 갖지 못한 수많은 아동 피해자들의 침묵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부산 최대 부랑인 수용시설로 성인 부랑인을 감금하고 노역시켰던 '형제복지원 사건'은 민간 시설이 운영하고 공권력이 방조한 사례였지만, 이번 사건은 국가 정책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한 공립 복지시설에서 인권침해가 드러난 사례다.
진실화해위는 서울특별시에 '서울시립아동보호소'의 설치·운영 주체로서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책임 있는 입장을 표명하라고 권고했다. 이외 정부에는 △과거 부랑아 단속과 수용 정책에 대한 공식 사과와 제도적 반성 △타 시설로 전원된 아동들의 소재 파악과 미확인 피해자에 대한 후속 조사 △아동복지 관련 법령과 제도의 정비를 통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복지'의 언어로 은폐돼 온 국가수용정책의 구조적 실체를 공식적으로 드러낸 첫 사례'라며 "더 많은 침묵 속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의 책임 있는 응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