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호텔앤드리조트 김동선 부사장이 아워홈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미국에서 아워홈 임원을 직접 만나 모욕감을 주는 언행과 함께 사실상 퇴직을 유도했다는 정황이 제기됐다.
김 부사장은 아직 아워홈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아니고, 등기임원에도 올라 있지 않은 상황이라 그의 행보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회사기밀 부정 사용 등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인수 전인데…반말·갑질하며 퇴직 압력 의혹
21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김동선 부사장은 지난달 5일 미국에서 아워홈 미국 법인 소속 임원 A씨를 사무실에 찾아가 직접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사장과 그의 일행은 이날 저녁 자리까지 A씨를 부른 것으로 전해진다.
김 부사장은 사무실에 이어 저녁 자리에서 연장자인 A씨에게 반말은 물론 퇴직을 종용하는 식의 모욕감을 주는 언행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1970년대 초반 생으로 1989년생인 김 부사장과는 스무 살 가까이 차이가 난다.
해당 저녁 자리에서 직원들 여러 명이 이 같은 황당한 상황을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워홈의 한 관계자는 "A씨가 김 부사장으로부터 반말과 모욕적인 말을 듣고 심리적으로 상당히 힘들어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씨는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 해외법인 발령 취소 통보를 받았다. 현재는 아워홈 임원 계약도 종료된 상태다.
일반적인 기업에서도 '반말'과 '하대'는 문제의 소지가 된다. 더구나 김 부사장은 아워홈의 법적 주주도, 임원도 아닌 상태였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잔금을 치르는 최종 인수일인 오는 29일 전까지 김 부사장이 아워홈에 인사권을 행사할 법적 권한이 전혀 없다. 주식매매계약서(SPA)상에도 김 부사장은 아워홈 소속 임직원들에게 인사상 압박을 가하는 등의 직접적인 인사 개입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아워홈 내부에서는 결국 인수 전 '라인 쳐내기'의 일환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A씨는 아워홈 내부에서 이른바 '구지은 라인'으로 알려진 인사다.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은 현재 한화의 인수 절차에 정당성과 투명성에 문제제기를 하며 김 부사장과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김 부사장 해외 체류 일정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업무방해, 회사기밀 부정 사용 등 적용 가능" A씨의 임원 계약 종료에 김 부사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김 부사장의 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김 부사장이 실사 범위를 벗어나 A씨를 직접 압박하거나 조직 내부 인사정보를 수집해 부당한 방식으로 활용했다면, 이는 상법상 '회사기밀 부정 사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당 조항은 회사의 사용인이 직무상 비밀을 부정한 목적에 사용한 경우를 처벌하며, 최고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조직 내 상하관계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인격적 수치를 유발할 수 있는 언어 사용이 있었다면 '모욕죄' 구성요건에도 해당할 수 있다. 단, 모욕죄는 반의사불벌죄로 분류돼 당사자의 고소나 처벌 의사가 있어야한다.
한편, 아워홈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임원 약 15명이 계약 연장을 하지 못하고 퇴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대다수가 구지은 전 부회장 때 임용된 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