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사회 전반에 깊은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은 인물이었다. 재임 중 여러 차례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연대를 보여주며, '가난한 이들의 교황'이라는 별칭에 걸맞은 모습을 남겼다.
2014년 8월, 교황은 한국을 공식 방문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직접 만나 위로했다.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단 그는, 로마 밖에서는 처음으로 광화문 광장에서 시복 미사를 집전했고, 30만 명이 넘는 신자와 시민이 운집한 가운데 한국어로 "평화를 위해 기도합시다"라고 말해 큰 울림을 남겼다.
그는 유가족을 향해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 한마디는 수많은 한국인의 마음을 울렸다.
이용훈 주교(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는 추모 메시지를 통해 "교황님은 우리 사회에 끔찍한 참사가 닥칠 때마다 슬퍼하시며, 희생자와 유가족은 물론 온 국민을 위로하셨다"며,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적 사랑을 삶으로 보여주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당시 방한 기간 중 교황은 대통령과 정치 지도자들을 만나 "정치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메시지를 줄곧 발신해왔다.
2018년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받고 "기꺼이 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록 실제 방북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의 평화 의지는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한반도 평화는 세계 평화의 열쇠"라고 강조하며 남북 간 대화와 화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평양교구장이 공석인 현실을 고려해 북한 내 종교 자유 보장의 뜻도 여러 차례 밝혔다.
이용훈 주교는 "교황님은 남북으로 갈라진 한반도와 전 세계에 평화의 지킴이로서 한국 천주교가 수행할 책무를 끊임없이 일깨우셨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임 기간 동안 교황청과 한국 천주교의 관계는 더욱 밀접해졌다.
서울대교구는 바티칸과 협력해 사회적 약자 지원, 생명 존중 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뜻을 함께했다.